방망이로 제자 폭행한 야구부 감독이 돌아왔다?

청주고 야구부, 폭행 논란 이후에도 시끌

등록 2016.12.21 14:23수정 2016.12.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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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폭력사태로 야구부 해체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청주고등학교 문제가 해결 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폭행을 당한 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청주고 야구부 J감독은 오후 8시경 학생 5명을 집합시켰다. 이유는 식사를 빨리 마치지 않았다는 것.

한 학생은 진술서에 "감독님이 깨진 방망이 손잡이 부분으로 머리를 때리려고 하셔서 피했다. 발로 3대 정도 차였다. 다른 친구들도 발로 차이고 방망이 손잡이로도 맞았다"고 진술했다.

 ▲ 감독의 폭력사태로 야구부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청주고등학교 문제가 해결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감독의 폭력사태로 야구부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청주고등학교 문제가 해결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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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피해학생들도 "부러진 나무방망이 손잡이로 머리 한 대 맞고 가슴 한 번 발로 차였다. 나머지 5명은 운동장에서 선착순 달리기를 총 다섯 번 했고 한명씩 감독님이 때렸다"고 말했다. 피해학생들은 다음날인 23일 새벽, 숙소를 이탈했고 충북도교육청은 야구부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청주교육지원청은 2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J감독에 대한 순회코치 자격을 박탈하고 다음날 해고 처분을 통보했다. J감독은 최초 조사 당시 '식사예절을 알려주기 위해서 한 행위다', '결코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 한 흥덕경찰서는 지난달 28일 J감독을 폭행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폭력행위 불구하고 여전히 감독?

청주교육지원청의 처분으로 일단락 됐던 청주고 야구부 사태는 일부 학부모들과 청주고 야구부 후원회의 J감독 복귀 청원으로 인해 급속도로 악화됐다. 해임당한 J감독을 지난 10월 28일 야구부 인스트럭터로 초빙한 것. 사실상 감독직을 일정부분 행사 할 수 있는 위치이며 전국의 67개 고교 야구부 중 30여 개 야구부 감독이 인스트럭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폭행피해자 측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처음엔 야구부 정상화를 위해 J감독이 인스트럭터로 다시 들어와서 아이들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지도자 자격정지를 받았고 교육청에서도 정식으로 순회코치를 보냈다"며 "그렇게까지 됐다면 J감독이 이제 모든 걸 내려놓아야 했다. 현재 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들 중 피해학생이 있기 때문에 J감독이 와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에서 청주고 야구부 졸업생들의 폭력사태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서 엄마들이 함께 오열했다. 엄마들은 아무 것도 몰랐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J감독은 지난달 9일, 충북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에서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10월 28일 임명 직후 며칠 뒤 인스트럭터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야구부 학생들은 자율훈련을 하고 있다. 야구부 관련 문제들은 거의 정리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학부모들이 질의를 해왔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같은 공간에 둘 수는 없다"며 "J감독의 인스트럭터 임명과정에 대해서 도교육청은 관여한 바가 없고 허가해준 적도 없다"고 답했다.


막나가는 청주고... 막후실세 누구?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에 따르면 인스트럭터 임명과정은 청주고등학교가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사안을 행정사무감사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문제제기 해온 충북도의회 이숙애 의원은 "사실상 교장이 야구부 후원회 즉, 청주고 동문회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교육위원회 위원실에서 이숙애 의원과 류철우 청주고 교장, 박영균 전문위원이 함께한 면담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류 교장은 '폭력행위를 자행한 J감독을 다시 감독직으로 받은 이유가 후원회의 요구 때문이냐?'는 이 의원의 물음에 '그게 가장 컸다'고 답했다. 류 교장은 이외에도 동문회와 후원회의 감독임명 요구나 추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이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또 다른 의혹도 제기했다. 담당 장학관이 학부모들의 민원과 신원을 학교 측에 알려줬다는 것. 이 의원은 "학부모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담당 장학관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시인한 녹취가 있다"며 "담당 장학관이 청주고 동문, 류 교장과는 친구사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 담당 장학관과 류 교장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위 내용에 대해 청주고 총동문회 관계자는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다. 곧 운영위원회를 통해 야구부 사태에 관한 동문회장의 공식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달 17일 청주고 야구부 후원회가 야구부를 해체하라고 주장한 것. 후원회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교육지원청에 "폭행사건인지 교육적 훈계인지 가려보지 않고 왜 J감독을 해고 조치했는지 밝히라"며 "새로 임명한 순회코치를 어떤 의도로 모집공고 하루 만에 신임 감독으로 임용했는지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청주고 교장실에서 담당 장학관과 장학사가 학부모대표, 후원회 회원 2명이 배석한 설명회에서 '폭행사태에 대한 여론이 잠잠해지면 J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재고용하는 걸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인스트럭터 임명에 관해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숙애 도의원은 지난 14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청주고 야구부 후원회는 야구부 해체를 거론하거나 학교 운영에 관여해선 안 된다"며 "일부 학부모들 또한 무자격자 채용이나 다른 선수의 탈퇴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1년에 5억, 학부모회비 사용처 수사해 달라"

제자 폭행사건으로 얼룩진 청주고 야구부 사태가 더욱 커지고 있다. J감독의 인스트럭터 감독 재임용 과정에서 촉발된 야구부 학부모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 학부모회 회원 B씨 등 학부모 5명은 학부모회 총무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청주고 야구부 학부모회에서 운영하는 예산은 1년에 5억 원이 넘는다"며 "하지만 학부모회 총무는 거듭된 요구에도 계좌 명세서는커녕 수입·지출 내용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청주지검에 수사를 촉구했다.

청주고 야구부 한 해 예산은 도교육청 지원금 1억5000만 원, 학부모회비 5억 원, 청주고 야구부 후원회 지원금 8000만 원, KBO지원금, 예비비 등 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학부모 간 갈등, 도교육청의 안일한 대응 등으로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어떻게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 체육계 인사 C씨는 "운동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반드시 바꿔나가야 할 문제다. 외부압력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주변 관계자들도 올바르게 처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야구부 #청주고 #충청북도 #충청리뷰 #박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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