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삶아 곱게 다져진 늙은 호박에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정현순
"늙은 호박으로 고추장을 담갔어? 어떻게?"
내가 늙은 호박으로 고추장을 담갔다니까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 금세 먹을 정도로 아주 좋아"라고 하니 친구들이 더욱 궁금해하는 눈치다.
올해는 남편의 농장에서 수확한 늙은 호박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난 가을, 저녁에 퇴근해 돌아오는 남편의 손에는 한동안 날마다 호박이 들려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난 "호박이 또 있었어?"라 물었고, 남편은 "호박이 여기저기 숨어 있더라고"라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어때 이젠 나 농사 잘 짓지?" 하며 내게 자랑하듯 물어보기도 했다. 늘어가는 호박을 몇 개나 되는지 쌓아 놓기 시작했다.
둥근 호박도 많았지만 무우처럼 기다란 호박도 10여개나 되었다. 우리집에 사람이 올 때마다 "혹시 늙은 호박 필요하지 않아?"라 물었고, "어 웬 호박? 주면 좋지"라고 하면 "자 골라봐"라고 하면서 호박이 쌓인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면 호박을 본 사람들은 놀라기 일쑤였다.
그래도 남은 호박이 처치곤란이었다. 그렇다고 날마다 호박죽을 끓여 먹을 수도 없고, 반찬을 해먹는 것도 어느 정도였다.
그러다 언니와 통화하던 어느날, 언니가 "그럼 호박고추장을 해봐. 별로 어렵지 않아. 나도 작년에 호박고추장 했는데 괜찮더라"며 알려주었다. 지난 주말 언니의 말에 난 메줏가루, 설탕 등을 준비하곤 호박고추장을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