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연대 장소로 가고 있다.
김동수
"지난주 (금요일)에 연대를 갔었어요. 고대 안암병원 청소노동자들이 현재 투쟁 중이거든요. 우리 분회는 지금 두 달 내내 안암병원으로 연대를 가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고대 의과대학 본관 로비에서 선전전을 했어요. 점심시간에요. 용역업체 관리자들이 사진을 찍었어요. 저도 같이 마주 서서 찍었어요. 진짜 요란하게 채증을 하더라고요."장위3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1111번 버스를 기다리다, 최수연 분회장님이 나한테 해준 이야기였다. 순간, 내가 세브란스병원 로비에서 봤던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런데 두 곳의 청소 용역업체가 모두 똑같은 회사였다.
분회장님은 오늘도 지난주처럼 고려대병원분회 투쟁 현장으로 연대를 간다. 고려대 백주년기념 삼성관에서 선전전이 예정돼 있었다. 박순옥 부분회장님과 김명숙 조합원도 함께였다. 국회 본회의 시작 4시간 전이었다.
때마침 연두 빛깔의 1111번 버스가 나타났다. 우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나란히 앉은 분회장님과 부분회장님은 곧바로 분회에 닥친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대책을 세우는 중이었다.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은 없는 듯싶었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나는 두 간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 내 옆에 앉은 명숙 조합원에게 질문 하나를 했다. 나와 명숙 조합원 사이에 꽤나 오랫동안 흐른 정적이 깨진 순간이었다. 고려대병원분회 연대 활동에 몇 번 참석했었는지 여쭤봤다.
"이번이 세 번째예요. 상황이 되면 (연대 활동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매번 나가지 못하니까, 조합원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죠. (연대 활동에) 참석 못할, 급한 일들이 있다 보니까요."한 번 깨진 적막의 틈새에서 명숙 조합원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명숙 조합원은 자신이 겪는 일들을 거침없이 말했다. 청소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이중적인지를 꼬집었다.
"우리는 지저분한 것들을 다 치우는 사람들이잖아요. 세상을 정화하는 존재인데…. 그런데 왜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어요. 지저분한 건 싫어하면서 그걸 치우는 우리를 왜 깔보는지…. 그때마다 많이 서러워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서…."명숙 조합원이 잠깐 창밖을 바라보다,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현재 고대 안암병원 노동자들의 호소를 가볍게 무시하는 대학과 병원의 모습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