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산 남매탑
여경수
우리는 삼불봉에서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에 남매탑을 마주했다. 이 탑은 남매였던 남자 스님인 비구와 여자 스님인 비구니의 사리를 보관하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 성덕왕 시대에 상원스님이 계룡산 기슭의 한 암자에서 수도정진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큰 호랑이가 암자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고 한다. 상원스님이 호랑이 입안을 살펴보니, 큰 가시가 있었다고 한다. 상원스님이 가시를 빼어주니, 호랑이가 한 여인을 업고 다시 상원스님을 찾아왔다. 호랑이가 나름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나 싶다. 상원스님이 여인을 보살펴주고 나서, 여인을 다시 집으로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여인이 이는 하늘의 뜻이니 남매의 연을 맺고 함께 성불하자고 했다. 상원스님은 그 여성을 여동생 삼아서 남매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을 알고 있는 석공들은 이 남매탑을 정성스럽게 지었을 테다. 5층 석탑과 7층 석탑이 서로 의지하면서 우뚝 선 모습을 보니, 연인보다 깊은 남매의 따스한 정이 느껴졌다. 12월 추운 날씨 중 산행이었으나, 남매탑에 비친 따스한 햇살 기운을 머금고 동학사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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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서쪽 신원사에서 동쪽 동학사로 횡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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