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에서
나관호
틀니와 불안증 어느 날, 식사 중에 어머니가 입 속이 아프다며 식사를 잘 못하셨다. 그런데 식사 때마다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빵과 두유를 드리면 잘 드신다. 그래서 처음에는 식사하기 싫으셔서 그런 줄 알았다.
"아이고, 여기가 아파 못 먹겠네.""어디가 아프세요?""여기. 여기. 여기." 어머니가 입술을 열어 보이셨다. 찬찬히 살펴보니 몇 군데에 염증이 보였다. 어머니는 자세한 말씀은 못하시고 혼자서 끙끙 앓으셨다.
어머니의 입속 염증이 심해진 원인을 살펴보니 원인은 틀니였다. 어머니 스스로 틀니를 자주 넣었다 뺐다 하시는 과정에서 손에 있는 균들이 더 기승을 부린 것 같았다. 그래서 틀니는 세척제에 담가 두고, 처방을 받아 약을 드시게 했다. 그리고 호주에 다녀온 어느 광고제작사 사장이 선물해 준 '프로폴리스'를 발라드렸다.
"아이고, 쓰려. 후후후.""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치료될 거예요." "아프다. 아유."그런데 몇 십분 지난 후, 어머니가 두문불출이다. 당신의 방에 들어가셨다가 화장실도 드나드신다. 그러더니 소파에 앉아 계시지 못하고 또 서성이신다. 불안증 증세를 간파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저기, 어....... 내 이빨이 없어져서. 아이, 속상해.""어머니, 틀니 물에 여기 담가 놨어요.""어, 어디?""여기요. 어머니 입 아프셔서 잠깐 빼놓은 거예요.""그랬구먼, 나는 그것도 모르고.""염려 마시고요. 성경책 읽으시고 퍼즐하세요."스킨십 사랑 표현금방 화색이 바뀌셨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 틀니가 없다며 불안해하신다. 그러면 또 설명하고 또 설명해 드린다. 어머니 같은 노인들에게 염려와 불안이 들어오면 마음에 각인이 되는 모양이다. 좋은 일은 빨리 잊고, 염려와 불안은 오래 붙잡아 놓는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세척제에 담가 둔 틀니를 어머니 옆에 놓았다.
"이것 보세요. 여기 있어요. 염려 마세요.""어! 여기 있네. 좋다."결국에는 염증이 다 치료되지 않았는데도 틀니를 넣으려고 한다. 내가 틀니를 넣어드려 불안을 잠재웠다. 어머니는 잘 지내시다가도 염려와 근심이 들어오면 스스로 불안증을 없애지 못하신다.
그럴 때면 어머니 얼굴을 만져드린다. 어떤 때는 내 얼굴을 어머니 얼굴에 비벼 대며 손을 잡고 눈을 보고 어머니가 "최고세요, 사랑해요, 예쁘세요"라고 말하면 부끄러워하시며 좋아하신다.
처음에는 나도 어색했지만 자주 하니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편안해 하셨다. 스킨십은 좋은 대처 방안이다. 치매 환자 가족들의 살가운 행동을 치매 노인들이 좋아하신다.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