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름, 멈춰버린 시간' 전시장 입구
김영숙
부평 남부고가교를 타고 부평공원을 넘어 부평2동 치안센터를 지나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삼릉 줄사택 유적지가 나온다. 도로명 주소로는 '부평구 부영로 25번길'이고, 행정구역상 부평2동에 속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삼릉'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인천의 10개 구·군 중 인구가 가장 많은(약 57만 명) 도시 부평과 어울리지 않는 낡은 동네 삼릉,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속도를 외면한 삼릉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지난해에 '신촌 다시보기' 전시를 했는데 사실은 '신촌보다 삼릉을 먼저 해야 하지 않나'라는 토론을 하기도 했어요. 현재 줄사택이 80여 채 남아있는데 곧 무너질 것 같아요. 원형 그대로 남기는 것도 보존이지만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보존이라고 생각합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조사해 보고서를 남기고 이번에 전시도 하는 것입니다."줄사택이란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공장에서 일하던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숙소를 말한다. 벽과 벽이 연결된 채 줄지어 지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 불린다. 일제강점기에는 1000여 채가 넘었다는데, 지금은 87채만 남아있다. 17가구 30여 명이 살고, 빈 집이 더 많다. 공가는 버려진 가구와 쓰레기로 악취가 나고 외견상 좋지 않다.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아 LPG나 부탄가스를 쓰며,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부평구는 지난 10월 6일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에 대한 '새뜰마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새뜰마을 사업'이란 취약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수준 보장을 위해 안전과 위생 등, 긴요한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거환경 개선과 주민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부평구는 2018년 준공을 목표로 총45억원을 투입해 줄사택 일부를 매입, 이곳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관이나 사랑방 등, 주민공동시설을 짓고 사람이 사는 집은 수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수리하려면 일정 부분 자부담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이곳을 찾은 주민들에겐 그 비용마저 없어,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인천의 중심이 된 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