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심리학>의 표지
현암사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1부에서는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변인이 적절히 통제된 실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연구 방법이 필요하며 실험 결과로부터 올바른 인과 관계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라면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알아 보기 위해 쥐에게 물도 안 주고 생라면만 먹여 건강이 나빠졌다는 실험처럼 설계를 잘못해서도 안 되고, 출신 지역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달리 나온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여 단순한 상관 관계에 불과한 것을 절대적인 인과 관계라고 해석해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 2부에서는 마음이 하는 일 중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무의식적인 마음의 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합니다.
머리로 공부해서 아는 것보다 자전거나 수영처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것이 오래가는 현상, 어린이가 모국어를 학습할 때 원리를 몰라도 그냥 따라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이유, 복잡한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를 풀 때는 그 문제에 무작정 몰입하기보다 다른 일을 한 다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 등이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돼 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의식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에 관해 다룹니다. 간단한 몇 가지 심리 실험을 통해, 생각보다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다는 사실, 인간의 기억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상대적인 것이며 자기 멋대로 기억을 변형하기도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 줍니다.
그러면서 의식적 기억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들도 제시합니다. 잠깐 머무르다 사라져 버리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남겨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많은 것을 기억해 놓을수록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능력이 향상되므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조언합니다.
마음과 관련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 결정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와는 다른 믿음을 굳게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실패했을 때 크게 절망합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마음의 병을 크게 앓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치료제이자 위안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그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마음의 도구마저도 많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신을 옥죄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딱딱한 심리학 - 달콤한 심리학이 놓친 마음의 본질
김민식 지음,
현암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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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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