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앞에 보이는 큰 섬이 영도.
배석근
50년이 흘러 밤에 혼자서 공동묘지에 가도 별로 무섭지 않은 지금 그 영화를 다시 본다면… 그 영화는 아마도 공포보다는 코믹에 가까울 것 같다. 무덤이 쫙 갈라지며 피를 질질 흘리는 귀신이 튀어나올 때, "내 다리 내놔!" 하며 송장이 쫓아올 때, 내 몸은 전율이 아니라 억지 코미디를 볼 때 나오는 씁쓸한 웃음으로 반응할 것 같다.
이제는 당연히 50년 전의 낡은 프레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관중의 심장을 쿵쿵~ 뛰게 하려면 더욱 정교한 스토리에 세밀한 분장, 사실 같은 CG,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음향으로 치밀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 그리고 '귀신' 같은 허구가 아니라 가상이라 해도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태생적인 한계는 낡디 낡은 40~50년 전의 낡은 프레임으로 복잡다단한 나라를 통치하려 했다는 점이다. 전혀 무섭지 않은, 우습기까지 한 영화를 보여 주면서 관중이 공포를 느끼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늪에 빠져드는 경제, 세월호에서 보여 준 무능, 국정교과서 파동, 엉망진창 국제관계, 적대감만 남은 남북관계, 언론과 문화계 통제… 낡은 프레임으로 엮은 박근혜 정권의 저급 영화는 4년 내내 이어졌다.
자꾸만 "무섭지?" "괜찮지?" 하면서 으쓱해 하는 정권에 대해 관중은 '이게 뭐야?' 어이없어 하고 야유도 하고 항의를 하는 동안 그 폭발력은 내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공동정권 수반 최순실은 시민들 내부에 쌓인 폭발력이 임계점을 넘을 무렵 도화선 역할을 했을 뿐이다. 다이너마이트를 폭발시키는 도화선, 총알을 날려 보내는 뇌관이었다. 참고 있던 국민들이 외쳤다.
"집어치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