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공덕동
강재훈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빨랫줄을 높이 치켜세운 바지랑대가 반갑다. 대문간이나 집 앞에 내놓은 건조대에 내건 빨래도 있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펼쳐진 빨래도 있다. 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그 위에 식구들의 속옷과 양말 등을 펼쳐 너는 지혜는 어디서 왔을까? (작가 말/178쪽)사진기자 강재훈 님이 일곱 해 동안 조금씩 거닐며 지켜본 골목마을 이야기가 사진책 <골목안 풍경 그후, 아! 공중만리>(눈빛,2016)에 살며시 깃듭니다. 지난날 김기찬 님이 담은 골목안 모습하고 함께 맞대고 살피자면, 지난날에는 골목마다 어른도 아이도 넘실거렸지만, 오늘날에는 어른도 아이도 크게 줄면서 자동차랑 오토바이가 부쩍 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골목마을 한켠에 아직 평상이 있지만, 지난날처럼 골목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오순도순 살림을 짓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듯이,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골목마을을 떠나 아파트로 가느라 골목마을이 쓸쓸해 보일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아이들 웃음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듯이 골목마을에서도 아이들 노랫소리를 만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기자 강재훈 님은 출퇴근 길이라는 짧은 마실길에서도 바지런히 아이들 꽁무니를 좇고 어른들 손길을 살핍니다. 오토바이하고 자동차한테 차츰 빼앗기고 마는 골목길에서 사람들 살림살이를 느껴 보려고 합니다. 다만 조금 더 깊고 넓게 스며들지는 못했구나 싶어요.
지난날 김기찬 님은 골목길만 거닐지 않고, 마당에도 들어서는 이웃이 되었고, 골목집 대청마루에 앉아서 골목사람하고 동무가 되어 이야기꽃을 펼쳤으며, 마을 한쪽에서 자그맣게 피어나는 잔치판에까지 한몫 끼었습니다만, 사진기자 강재훈 님은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며 골목을 오간 터라 이와 같은 '속속들이 파고드는 이웃 발걸음'까지는 못했지 싶어요. 출퇴근길에 들른 골목이고, 취재를 가느라 바빠서 얼마 머물 수 없던 골목이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