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은 지난 2015년 6월 23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모습.
유성호
그가 국민 앞에 선다. 이번엔 제대로 선다. 그 역시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은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을 집어 삼킬 정도로 큰 불이 됐다. 지난번 메르스사태 당시 대국민 사과 성명으로 국민 앞에 섰던 그였지만, 이번엔 전혀 차원이 다른 국회 청문회장에 선다.
물론 이 부회장 뿐만 아니다. 6일 국회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등 국내의 내로라는 재벌총수들이 나선다. 이들 총수들이 대거 청문회장으로 불려 나온 이유는 단순하다. 최순실씨 일가의 국정농단의 밑거래에는 항상 '돈'이 따랐고, 그 전주(錢主)는 재벌들이었다. 국회 증인석에 앉은 재벌총수들의 모습은 거대한 '정경유착'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이들 가운데 삼성은 남다르다. 미르 재단 등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것 이외에 최씨 일가에 직접 지원한 돈까지 합하면 수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이상한(?) 결정을 두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삼성과 정부, 최씨 일가와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다. 삼성이 또 하나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증언이 중요하다. 국민들 앞에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자신의 육성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이미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에게 직접 듣고 싶어한다. 정경유착이라는 거대한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단 16억 원의 세금만을 내고 300조 원의 거대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이 과연 정당했는지를 말이다. 그가 청문회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 10가지를 정리해본다.
1) 이 부회장은 최순실씨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 최씨라는 인물을 언제, 누구를 통해 알게됐는가.
삼성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최씨 일가가 현 정부의 비선실세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최씨 쪽과 접촉을 유지해 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현명관 마사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7인 원로 자문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는 지난 2013년엔 청와대 비서실장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같은 해 12월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마사회는 삼성과 전경련 출신 인사들로 바뀌었다. 또 현 회장의 아내와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와 친분관계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 삼성전자가 지난해 독일의 최씨 회사에 35억 원을 보내는 등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된 금액만 100억 원에 달한다. 이같은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그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언제, 어떻게 보고받았는가.
삼성은 그동안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지원이라고 항변해왔다. 이어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과 국가대표 선수 지원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부터 그룹내 인기 스포츠였던 야구, 축구 종목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왔고, 특히 특정 계층을 위한 승마분야에 거액을 선뜻 지원한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최씨일가에 왜 100억이 넘는 돈을 갖다 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