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을 향해 오르는 길, 등에 진 짐이 가볍기만 합니다.
이승숙
드넓은 강화 들판의 벼들도 다 베어지고, 감나무에 달린 홍시는 저절로 붉게 익어갑니다. 봄과 여름내 땀 흘려 가꾼 곡식들을 거두고 갈무리하는 시월 상달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렇게 풍성한 가을을 주신 하늘에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옛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로 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제천의식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구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해마다 강화정토법당에서는 시월 상달에 마니산의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렸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11월 5일(음력 10월 6일) 오전 8시 30분에 마니산 입구에는 짐 보따리를 등에 지거나 손에 든 사람들이 여럿 모였습니다. 그 중에는 너덧 살짜리 어린 여자애의 손을 잡은 사람도 있고 예닐곱 살짜리 사내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추운지 모두 때 이른 겨울옷을 꺼내 입고 왔습니다.
정토회 인천경기서부의 '좋은 벗'들과 강화법당의 도반들이 마니산 참성단에 천제를 모시러 왔습니다. 단군이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마니산 참성단까지는 산 들머리에서 근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이 걸립니다.
어른 걸음으로는 한 시간여 만에 오를 수 있지만 짐을 손에 든 데다 어린 애까지 딸려 있으니 자연 발걸음은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모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성단을 향해 산을 오릅니다.
부옇게 안개가 낀 산 아래 마을은 마치 우리 민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분단의 사슬에 묶여서 옴쭉 달싹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처지는 안개가 부옇게 낀 저 들판과도 같지만, 해가 뜨면 안개는 형체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것처럼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도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산 아래 마을을 내려다봅니다. 잠시 다리쉼을 하며 바라본 아랫마을은 고요하고 평화롭게 보입니다.
민족의 평화와 통일 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