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맘', 병원 불신하다 아이 잡는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는 닥터맘 늘어

등록 2016.12.02 16:26수정 2016.12.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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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엔 숯가루를 먹이세요."

"열이 나는 아이가 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한다면 관장을 해 장을 청소해줘야 열도 가라앉아요."

"화상을 입었을 때 바로 뜨거운 물에 담가 피부의 열기를 빼고 상처가 나을 때까지 반복하세요."

온라인 카페·블로그·의료관련 서적 등에 오른 '민간요법'을 활용해 자녀의 병을 진단하고 가정에서 치료하는 엄마, 일명 '닥터맘(doctor+mom)'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 방법을 따르다 자칫 아이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염엔 숯·열 날 땐 관장? "심각한 문제 발생할 수도"

'닥터맘'은 과잉의 병원 치료·약물 오남용 등에 대한 거부감으로 직접 의료 정보를 수집한 뒤 자녀의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려 든다.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언숙 교수는 "민간요법을 공유 중인 온라인 카페 내용 중 일부는 증상과 아무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처방도 수두룩하다"며 "화상 부위를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기침을 가라앉히기 위해 죽염을 먹이는 행동은 아이의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합병증 등 다른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화상을 입은 직후(1∼2시간 이내)엔 화상 부위에 남아있는 열이 빨리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병원에선 대개 화상 부위를 차가운 물에 담가 열을 식힌다.


이 교수는 "피부의 열이 충분히 빠지지 않은 화상 초기 단계에서 환부(患部)를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은 화상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화상 입은 부위를 뜨거운 물에 담그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병을 키우는 행위란 것이다. 

화상 부위에 뜨거운 물을 담그는 것은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절대 적절한 치료법이 아니다. 화상으로 상처 부위가 노출된 상태에서 세균에 노출되면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돗물엔 미량이라도 세균이 포함될 수 있어 환부를 씻을 때는 깨끗한 식염수를 써야 한다.
이 교수는 "열이 나는 아이가 변비가 있다고 해 관장을 하는 것도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변비 탓에 고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체온이 상승함에 따라 변비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 원인인 열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관장을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치료법이다. 장 움직임이 떨어진 상태에서 외부의 강력한 자극이 가해지면 복통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윤영숙 교수도 닥터맘의 일부 처방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장염과 숯도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약물·표백제 등으로 인한 심각한 중독 증상이 있을 때 간혹 흡착 성질이 있는 숯과 비슷한 성분을 쓰기도 하지만 오히려 흡착제를 써서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같은 증상을 보여도 다른 질병일 수 있는데 의학 상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이를 구분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조언했다.

똑같은 기침·가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단순 감기부터 폐렴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병의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 가벼운 질환이라면 '닥터맘'의 민간요법으로 운 좋게 병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닥터맘' 식의 대처가 중증 질환의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저작권 ⓒ '당신의 웰빙코치' 데일리 푸드앤메드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푸드앤메드 #닥터맘 #민간요법 #자연치료 #이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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