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은 1일 오후 1시30분 '불량정권을 탄생시킨 자책감에 괴로웠다'며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충남시사 이정구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과 온양온천역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면서 '나의 촛불은 왜 저 자리에 없었을까?' 반성과 '불의에 항거하지 못하는 비겁자' 라는 자책 속에 괴로웠다."충남 아산시의회 여운영(47) 의원이 1일(목) 오후 1시30분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 선언하며 한 말이다.
여운영 의원은 "설마설마 했던 박근혜-최순실을 비롯한 그 주변 인물들의 각종 게이트와 공모 정황이 하루가 멀다하고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서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며 "죄인 같은 참담한 심정으로 준엄한 시민의 뜻에 따라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이어 "불량정권을 탄생시켜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들 중에 저도 포함됐다는 생각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라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판단이 옳고, 그 촛불을 함께 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한때 민주화운동에 가담했던 자신의 대학시절을 돌아보게 됐다는 반성도 곁들였다.
여 의원은 "대학시절에는 노동자·농민 재야단체 등과 연대해서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싸웠었다"며 "그 열정은 다 어디가고, 뒷골목에 숨어서 말 한마디 못한 채 현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웠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선배님들의 희생에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여 의원은 "전국에 불타오르는 촛불행렬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촛불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고,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 의원의 탈당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배신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반대로 응원해주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 의원을 지지하는 몇몇 일반당원들은 동반탈당을 하며 여운영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여운영 의원의 탈당을 지켜보며 지역정가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지역밀착형 생활정치를 하는 기초의원들을 정당공천제도의 틀에 묶어놓은 것 자체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나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여운영 의원은 "우선 의정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라며 "당장 아산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