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로 부서진 비프빌리지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5일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부산을 강타해 영화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태풍 차바로 인해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비프빌리지 시설물이 파손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해운대 비피빌리지 야외에 설치된 무대가 파손돼 영화제 개막 전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이다"며 "비프빌리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오픈토트', '핸드프린팅', '야외무대인사' 일정은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장소는 바뀌었지만 예정됐던 모든 행사들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며 "하지만 행사 당일 상황에 따라 시간 변동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공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성호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국가 주도 미래 계획 짜야최근 부산과 제주에 들이친 태풍 차바는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이런 종류의 재해에 대비하지 못한 한국의 허술한 실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과학자들은 향후 30년간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이런 대규모 기상이변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해수면 상승에 의한 범람 사태에 한국은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두었는가? 없다. 사태는 언제가 되었건 나타날 것이다. 아마도 연안은 해수 범람으로 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며 농업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어 농산물 생산량도 줄어들 것이다.
진정 큰 문제는 후자에 있다. 국내 농산물 감소는 외국 농산물을 싼 값에 수입하면 될 일이고, 버려진 농지는 주거용으로 쓰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미국과 러시아 등 농산물 생산국에서 나타나는 농지 사막화 현상과 중국이나 인도에서 늘어나는 식량수요에 맞물려 한국의 농산물 수입은 점점 더 어려움을 맞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에 대비해 국내 농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매우 중대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제는 단지 재해가 일어난 뒤의 구호체계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주거, 농업을 포함한 모든 인간 활동의 면면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이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장기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3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그려 보는 비전의 일환으로, 최상의 인재들이 모여 기술 개발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정치(精緻)하게 구상했던 시절이 있었다.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이어진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5년 단위로 설정된 계획을 통하여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며 기술을 획득하는 동시에 당시 한국이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는 사업이었다.
그 후 계획은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를 지향하는 초점이 사라진 상태로 1996년까지 지속되었다. 물론 2026년까지 이어질 제3차 생명공학 육성법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현재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추세는 진정 한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겨냥한 상품 개발에 지나치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다시 짤 때가 되었다.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최우선 과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경감하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계획의 수립을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미래 예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10년, 20년, 30년 후 한국이 처하게 될 자연환경은 어떤 상태가 될 것인가? 해수면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며, 가뭄, 태풍, 돌발홍수는 어떤 빈도로 발생할 것인가? 토양이나 임산, 농산, 수산 자원은 어떤 상태가 될 것인가?
둘째, 현재의 기술 발전을 감안하여 미래 각 시점에 어떤 가용기술을 동원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 기술을 가능한 한 빨리 적용하여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할 것인가?
셋째, 미래의 기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기반의 새로운 인프라를 설계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수출보다 기후변화 대책이 더 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