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퇴진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지 시점은 즉각이어야 된다 이런 말씀인가요?"(손석희)"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재인)"즉각 퇴진하게 되면 그다음에 벌어진 것은 조기 대선입니다." (손석희)"어쨌든 헌법에 정해진 절차가 있으니 그 절차에 따르면 되는 것이죠.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공론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문재인)"그러니까 법적인 절차가 즉각 퇴진을 해서 하야를 하면 그다음에는 60일 이내인가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손석희)"그렇게 헌법적인 절차가 규정이 돼 있고 그것이 만약에 다음 대선을 치르기 위해 무리하다면 더 합리적인 그런 결정들을 국민들이 공론을 모아서 해 주지 않겠습니까?" (문재인)"헌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안 모으고를 떠나서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해야 되는 건데,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손석희)"그렇습니다. 가장 기본은 헌법 절차를 따르는 것이죠. 그러나 또 상황에 따라서는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문재인)"그 상황이란 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손석희)"아까 말씀드린 대로 60일이라는 조기 대선이 갑자기 닥쳐와서 각 당이 제대로 대선을 준비하기가 어렵고 또 국민들이 제대로 또 후보를 선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러면 당연히 국민들께서 그에 대한 의견들을 표출해 주실 것이고 정치권은…." (문재인)"그러면 60일 이상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손석희)"아까 친박의 퇴진 표명소견은 그런 모색까지도 해 보자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겠습니까?" (문재인)다소 길지만, 인용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 사이사이 공방 와중에 전해지는 공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손석희 앵커의 의중을 짐작해 보면, "즉각적인 퇴진 후 조기대선이 현실화되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서의 소감과 현실적인 과제"를 묻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반면, 문 전대표는 '헌법절차'와 '국민의 뜻'을 강조하고 반복하며 그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 공방은 사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지루하고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했다. 행여, 손석희 앵커는 이날 <뉴스룸>에서 문 전 대표가 대선출마 의지와 발언을 다시금 확고하게 표명하길 원했던 건 건가. 그게 아니라면, 손 앵커가 이미 공언한 입장만을 반복하는 문 전 대표에게 다른 차원의 질문, 예컨대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법조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의 비교나 검찰수사를 바라보는 입장을 물었다면 어땠을까.
문 전 대표 역시 맥을 다소 잘못 짚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 전국민적 관심이 쏠린 <뉴스룸>에 출연을 결심했다면, 좀 더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지난주 출연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처럼 사죄나 회생을 노리는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출마 선언과 같이 센 발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플랜B는 없다"라거나 "촛불민심"만을 반복해서 내세우는 모양새는 우유부단하게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보여줬던 단호함도 온데 간데 없었다. 최소한,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민들에게, 그 '촛불민심'에게 정국을 안정화시키고, 주도할 수 있다는 신뢰와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 맞았다. "개헌은 안 된다"는 모범 답안으로는 모자랐다는 얘기다.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슬로건 대로 '열일'을 다한 <뉴스룸>, 그리고 칼을 간 손석희 앵커와 스튜디오에서 대면한 문재인 전 대표. 과연 이 인터뷰의 대차대조표 상 승자는 누구였을까. 그 판단이야말로 문 전 대표의 말마따나, '촛불민심'에 맡기는 것이 맞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