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 옆으로 올라와 잠든 봄이(고등어고양이)
박은지
"봄이랑 나리, 두 마리 같이 입양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났어요!" 고양이들을 구조해 맡긴 캣맘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두 마리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 지 겨우 일주일 만이었다. 애초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입양이 결정된 셈이었다.
사실 고양이는 구조하는 것보다 입양 보내는 것이 훨씬 어려운데,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가정으로 보내느냐 하는 점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 때문에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절차는 다소 까다롭다. 경제력은 있는지, 가족 모두의 동의를 받았는지, 방묘창(고양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은 있는지, 많은 부분을 약속하고 인증해야 한다.
유기묘를 입양하려다가도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보내는 입장에서도 최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유기된 품종묘를 입양해 가서는 '고양이 공장'의 종묘로 쓰거나, 막상 입양해도 잘 관리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 심지어 예전에는 자신이 키우는 애완 악어의 먹이로 준다는 사건까지…. 워낙 다양한 사람이 있고, 구조자 입장에서는 짧은 대화만으로 입양 환경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고민스러운 과정이다. 기껏 구조한 고양이의 한 '묘생'이 걸린 일인 것이다.
문제는 신중한 대화를 나누고 결정한다고 한들 늘 그 입양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막상 입양했더니 너무 운다고, 혹은 문다고, 기존에 키우던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이틀 만에 파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너무 빠른 결정인 듯해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봄, 나리의 입양 소식은 반가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두 마리가 나란히 한 집으로 가게 됐다는 사실이 기뻤다. 서로에게 유난히 의지하던 남매인 만큼 같은 집에서 평생 같이 살기를 바라던 차였기 때문이다. 나와의 빠른 헤어짐이 아쉽기는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봄, 나리를 보냈다.
가족 아닌 '애완용'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