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암 가는 길 입구에서 선암사 전각들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임현철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를 지나 공양간을 돌아드니 대각암 가는 길입니다. 입구에서 뒤돌아 선암사 전각들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고즈넉한 길을 오르니 커다란 암벽이 나옵니다. 평평한 암벽에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높이가 5m에 달하는 거대한 입상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대각암은 "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깨달아 '대각암(大覺庵)'이라 했다" 합니다. 대각암 입구, 길옆 녹차나무에 하얀 녹차 꽃이 피었습니다. 꽃, 끝물인데도 고고한 자태는 여전합니다. 신기한 문이 있습니다. 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벽 없는 문'입니다. 그래선지, 더 더욱 깨달음 속으로 들어가는 문인 듯합니다.
대선루(待仙樓). 덕해 스님, 의자에 앉습니다. 스님, 사색에 잠깁니다. 아마, 호남제일선원이라는 선암사 선방에서 수년간 선 수행했던 감회가 가득할 겁니다. 옆에 앉아 선문답 나누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무념무상(無念無想).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봅니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스님, 아드님은 어디 계세요?""합천 해인사에 출가해 지금은 송광사에 있습니다.""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출가한 것도 복이지요?""어려서부터 절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수행 길에 들어서더군요. 다 인연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