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은 한하운 시인 출생 90년이자 서거 35주기였던 2010년 ‘한하운 전집’을 발간했다.
김영숙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지난 2010년 한하운 시인을 인천문화예술 대표인물로 선정하고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하고자 '한하운 전집'을 발간했다. 2010년은 한하운 시인 탄생 90주년이자 서거 35주기였다. 재단은 한하운 시인의 단행본ㆍ잡지ㆍ친필 유고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한 데 모아 시인의 문학 활동 전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심갑섭 재단 대표이사는 전집 발간사에서 "나병 시인 한하운이라는 일면적 이해를 넘어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희귀 자료들을 망라함으로써 소수자 문학으로서의 한하운 문학이 지닌 의의에 대해 조명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고 했다.
전집을 엮은 편집위원회에는 윤영천 인하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김신정 인천대 교수와 당시 재단 사무처장이었던 이현식 현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이 함께 했다.
편집위원회는 전집 책머리에 "한하운의 대중적 인지도는 '천형'으로 불린 나병과 평생 싸워온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에 형성됐기에 그의 시적 전모(全貌)보다는 나병을 둘러싼 몇몇 직접적 경험을 담은 시편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고 한 뒤 "나병과 싸우면서도 밝고 아름다운 이상향을 꿈꿔온 시인인 만큼 그의 시편에는 직접적 경험이 깊이 새겨있고 이런 사실성과 구체성은 그의 많은 산문에 깊이 각인됐다. 이번에 그의 산문을 망라해 그야말로 그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모쪼록 이 전집을 통해 한 시인의 전 작품세계를 통한 정당하고도 적확한 해석과 평가가 이뤄지길, 깊은 마음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현식 관장은 한하운과 관련한 자료를 충실하게 모은 일은 잘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인물을 재조명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문인이든, 일반인이든, 정치인이든 남겨놓은 기록을 모으는 일이다. 그런 입장에서 전집을 내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 취지였다. 전집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자료들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검증하고 취사선택하는 문제는 연구자들이 해야 한다. 한하운 편집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재단이 큰 돈 들여 공연 등의 행사를 하기보다 기초작업에 충실하게 힘을 쏟은 건 잘 한 일이다."이 관장은 편집위원으로서 전집 작업의 한계에 대해서도 말했다.
"자료를 취합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인지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춘원 이광수는 신뢰받는 전집이 없다. 왜냐면 친일행적을 하면서 남긴 여러가지 글이 있는데 일부 가족이 가필했다는 말이 있다. 원고를 빼고 넣고 바꾸는 건 간단하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그 사람의 자료인지, 후대에 의해 조정된 건지 등의 문제를 신뢰도 높게 검증해야 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문인들이 잡지 등에 발표한 건 대부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다. 그런데 지금 '한하운의 자료는 신뢰할 수 있나?' 하는 물음이 생긴다. 예전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발표한 작품들을 신뢰하기 어렵다. 아니 신뢰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철저히 검증해야 했다."'모든 걸 의심하자' 철저한 고증작업 선행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