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 개선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한 밀알학교 화장실.
서울시제공
학교에 '디자인디렉터' 파견, 아이들 아이디어 모아서울시에 등록된 초·중·고교는 모두 1331개. 이 중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한 지원대상은 1254곳이다.
시는 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화장실의 노후도를 감안해 심사를 거친 뒤 지원 대상 학교를 선정한다.
특이한 것은 '디자인디렉터'를 선정해 학교에 파견하는 것이다. 디자인디렉터는 건축이나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현재 66명의 풀이 조성되어 있다. 학생들과 함께 작업할 사람들이니 만큼 교육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선호된다.
디자인디렉터가 학교에 가면 우선 전교생을 상대로 화장실 문제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고, 좋은 의견을 낸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등 20여 명으로 된 디자인TF팀을 구성한다. TF팀은 이후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디자인과 색상 등을 정하고 설계자에게 넘겨 실시설계를 한 뒤 공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장실을 실제 이용하게 될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
유 주무관은 "학생들이 TF나 설문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니까 내가 지은 화장실이란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갖게 되고, 만족도도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둡고 칙칙한 화장실에 구름, 별, 해 모양 조명이 설치돼 밝고 화사해졌고, 벽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부착됐다.
아이들의 키에 맞도록 개수대와 소변기의 높이가 조정되고,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서 지어질 화장실 내부를 미리 체험한 뒤 설계 오류를 조정하기도 했다.
한 자동차고등학교 화장실은 학교 특성을 살려 벽에 자동차 모양의 3D그래픽이 그려지고 타일, 문에는 카레이싱 깃발, 타이어, 계기판 문양이 적용됐다.
깨끗하고 화사해진 화장실은 단순히 배설하고 얼른 나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됐다. 남고에서는 흡연이 줄었고 학교폭력이 줄었다. 여고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파우더룸을 설치한 결과, 화장실이 정말 화장을 고치고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바뀌었다.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은 2015년 서울시 10대뉴스에서 4위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