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칡넝쿨 제거 작업걷기운동을 하던 중 나무들을 휘감고 있는 칡넝쿨을 제거하는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9월 19일의 모습이다.
지요하
아내는 걷기운동보다도 칡넝쿨을 제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단다. 걷기운동을 하다가 다른 나무를 휘감고 있는 칡넝쿨을 보면 걷기운동은 자동 정지다. 완전히 딴전이다. 남편은 안중에도 없고, 칡넝쿨을 제거하는 일에 완전 몰두한다.
걷기운동 차림으로 부부가 함께 집을 나왔는데, 걷다보면 나 혼자 걷는다. 혼자 집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혈당 문제 때문에 늘 고심하며 사는 처지인데도 아내는 자신의 혈당보다도 칡넝쿨을 제거하는 일이 더 시급하단다.
칡넝쿨은 사납고도 포악하다. 들길이나 산길을 걷다보면 칡넝쿨이 창궐해있는 광경을 쉽게 본다. 아내는 공터에 칡넝쿨이 뒤덮여 있는 것은 그냥 두고 보지만, 작은 나무나 어린 소나무 등에 칭칭 휘감겨 있는 칡넝쿨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내가 작은 나무를 휘감고 있는 칡넝쿨을 제거하는 일은 곧 나무를 살리는 일이다. 칡넝쿨에 침범당한 나무는 비명을 지른다. 울부짖으며 애처롭게 죽어가는 형상이다. 숨이 막혀 죽어가는 나무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아내의 주장이다.
칡넝쿨에 휘감기고 뒤덮여 거의 죽어가던 나무가 아내를 만난 덕에 구사일생하는 경우도 있다. 누렇게 죽어가던 나무가 칡넝쿨이 제거된 덕에 다시 파랗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며 아내는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다. 세상에는 도처에 칡넝쿨이 창궐해 있다.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다 말고 칡넝쿨을 제거하는 일은 사실 미미하다. 산과 들에 칡넝쿨이 포악할 정도로 창궐해 있는 광경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칡넝쿨이 제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해도 한해살이 풀이니 가을이 가면 다 말라붙게 되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은 하면서도 어린 나무들을 죽이고 있는 칡넝쿨을 보면 나도 적개심이 생긴다.
칡을 온전히 제거하려면 땅을 파고 뿌리를 캐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일을 할 수는 없으니 어딜 가다가 칡뿌리나 칡즙 장사꾼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사 먹자고 아내에게 우스갯말을 하기도 했다.
또 칡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 다른 나무들을 휘감거나 뒤덮는 것은 칡넝쿨이 살아가는 고유의 방식이니 그걸 인간이 간섭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한 적도 있지만, 그게 전적으로 옳은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은근 슬쩍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도 아내를 도와 나무를 살리는 일에 소매를 걷어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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