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한승호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허용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경찰은 경복궁 사거리부터 차벽을 촘촘히 세웠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는 듯 했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모인 탓에 움직이기도 어렵고, 키 작은 사람들은 앞 사람의 뒷머리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두 사람이 경찰버스 위로 뛰어올랐다. 그런다고 크게 달리질 리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저항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답답함이 그들을 행동하게 했을 것이다. 무기를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내려와!", "비폭력!"을 목청껏 외쳐댔다. 꽹과리까지 쳐가며 말이다. 다수의 군중이 '경찰차에 오르는 불법(?)'을 저지른 약자에게 비폭력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대단히 폭력적이었다. 다수와 다른 형태의 저항에 도전했던 이들은 이내 풀이 죽어 내려오고 말았다. 오히려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함께 버스에 오른 경찰에게 "폭력경찰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칠 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