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근 미디어오늘 기자
이영광
- 만약 종편이 보도 안 하고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언론만 보도했다면 이런 생황까지 왔을까요?
"진보 언론만 했어도 사건의 실체는 커졌을 것으로 보는데 아무래도 종편 매체의 특성이 영상이잖아요. 사람들은 글을 읽으면 실체가 와 닿지 않은데 TV조선 보도만 하더라도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옷까지 코치하고 이 옷이 이날 입은 옷이더라는 걸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니 사람들이 '이거 되게 심각한 문제구나. 대통령은 옷도 외교인데 대통령이 외교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최순실이 개입을 했구나'는 걸 단지 1~2분 사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거죠. 한겨레가 취재했으니 종편들이 따라 한 측면도 있겠지만, 영상의 힘이 대단하단 생각은 드는 것 같아요."
- 가장 눈에 띄는 게 TV조선일 것 같아요. TV조선은 7월에 보도하다 송희영 주필 사건으로 주춤하다 다시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TV조선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TV조선 보도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TV조선이 냈던 보도들은 이미 예전에 취재가 된 것들이잖아요. 의상실도 몇 년 전 영상이고 최순실씨를 따라가서 영상을 찍은 것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죠.
TV조선이 이걸 취재하고서도 정작 보도를 하지 않았었는데 사태의 추이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TV조선도 다시 꺼내야겠다는 걸 느꼈나봐요. 저희가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을 인터뷰했더니 그는 이걸 검증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게이트가 있고 언론사는 놓칠 수 없는 특종인데, 그걸 일단 감추고 있다가 어느 정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2016년 대한민국을 흔드는 스캔들의 주요한 이름으로 등장하니, 이전에 취재한 걸 까는 건... 저널리즘적 접근보다는 뭔가 정치적인 고려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죠."
- 내년에 종편 재허가 심사가 있잖아요? 현 정부 하에서 재허가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작동한 건 아닐까요?"저도 비슷한 생각이기는한데, 조선일보가 총선 이후부터 친박하고 거리를 뒀거든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이 있을 때부터 박근혜 후보보단 이명박 후보에게 무게를 실었던 것도 조선일보예요. 그랬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특징이 과거 일을 잊지 않으시잖아요. 박근혜 정권 창출에 조선일보과 TV조선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총선 이후 상황을 보면 (조선이) 친박에게 경고도 날리고 박 대통령을 향해선 '공천에 개입하지 말라'는 사설로 공세도 벌였잖아요. 조선일보는 우병우라는 사람이 같이 가면 정권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보도를 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청와대나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감쌌죠. 그리고 (조선을) 오히려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하거나, 청와대 관계자가 악명으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해서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TV조선 재허가 국면을 생각했을 때, 지금 정권으로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 그럼 TV조선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분리해서 봐야 할 건, TV조선이나 조선일보가 (보도를) 해야 하는 건 맞죠. 언론이라면 당연히 보도해야 하는데 왜 지금 이런 방식으로 강력하게 공격을 하느냐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1987년 이후 조선미디어그룹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해온 조선일보였고 기득권의 중심에 서 있던 것 역시 조선일보였기 때문에, 지금의 보도는 당연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겨레 등 다른 언론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그런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봐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지상파 보도는 어때요?"공영방송은 임명권자가 대통령이잖아요. 대통령 눈치를 보면 안 되지만 계속 눈치를 봐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죠. 지금 국민 대다수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공영방송이 그 기대를 못 채워 준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공영방송 내부에서 기자들이 특별취재팀을 꾸려서 이걸 계속 취재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을 때도 묵살을 해왔거든요. JTBC가 태블릿 PC를 공개한 이후엔 뭉개고 조용히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공영방송에서) 한 것 같아요.
공영방송이, 이제와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취재를 하지만 다른 언론이 다 휩쓸고 간 자리기 때문에 거기서 새로운 걸 발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겠죠. 그러나 예전엔 최순실의 '최'자도 안 나왔는데 지금은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긴 하죠.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생각이나 입장을 과도하게 많이 반영하는 리포트도 보이고...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지금 거의 멘붕에 빠진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