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윌북
소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내가 부모님 밥을 퍼 드렸다. 가족들이 가르쳐 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종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식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에 밥을 남겨서도 안 되고 밥알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건 더더욱 안 될 일이었다. (26쪽)
교실에서 수업을 듣다 보면, 창밖으로 학교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며 노는 계집종 아이가 보였는데, 그렇게 즐거워 보이더라나. 부러워 죽겠는데 그렇다고 어쩔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업이 끝나면 둘이 같이 집에 갔다고 한다. (67쪽)라오 핑루라는 할아버지는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윌북,2016)라는 책을 쓰고 그립니다. 이녁하고 예순 해를 하루처럼 한마음으로 살아온 곁님 '메이탕'하고 얽힌 삶과 살림과 사랑을 글하고 그림으로 함께 엮어서 책으로 남겨요.
이 책을 보면, 먼저 라오 핑루 할아버지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떤 어린 나날을 보냈는가 하는 대목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이야기를 붙입니다. 다음으로 이녁하고 예순 해를 함께 살아온 메이탕 할머니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떤 나날을 보내다가 서로 만났는가 하는 대목을 그림하고 글로 엮습니다.
라오 핑루 할아버지는 '사진을 안 찍었'어도 사진처럼 또렷하게 지난날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기에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고 해요. 사진으로 찍기는 했으나 모두 불태워야 했거나 잃어버렸다고 하더라도 '사진에 앞서 마음에 깊이 남은 삶'이었기에 알뜰살뜰 그림으로 빚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내 오른쪽 아래로 열 걸음 근처에 엎드려 있던 4반 반장 리아수이가 포탄에 맞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은 맑고 구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다시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푸른 산으로 가득했다. 난 포성 속에서 갑자기 곰곰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여기가 내 무덤 자리가 될까?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무성하게 우거진 푸른 숲속에서 죽으니 그래도 의미는 있겠구나.'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