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자는 잠이 들었고, 수사자도 느긋하다
이상옥
우리에 혼자 고립된 존재로 갇힌 수사자는 고독한 모습을 풍겼다. 이에 반해 암컷과 한 쌍으로 우리 속에 있는 녀석은 좀더 긴장을 푼 모습이다. 암컷은 아예 경계심도 없이 드러누워 잠자고 있었다.
야생의 평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쌍으로 있는 것이 그런 대로 만족스러운지 우리 속에 혼자 있는 수사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우리 속에 갇혀 있지만 암사자와 함께 있는 수사자는 어찌 보면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영역 다툼도 할 필요도 없고, 먹이를 구할 필요도 없이 언뜻 보기에는 평온한 나날이다.
진정한 백수의 왕로서의 영예와 보람하지만 그건 사자로서의 올바른 생태가 아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영역을 지키며 거센 역경을 이겨내고 왕좌를 지킬 때 진정한 백수의 왕으로서 수사자의 영예와 보람이 있는 것이지, 아무 노력 없이 주어지는 평화와 안락은 실상은 죽음과 같은 것이다.
새끼 때는 하이에나의 먹이가 될 뻔하는 위기도 넘기고 무리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젊은 시절 무리를 떠나 떠돌며 혼자 고독과 맞서고 힘을 키워 새로운 사자 무리를 거느리는 제왕이 되고서도 영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기도 해야 하거늘.
야성을 잃어버린 사자는 더 이상 사자가 아니다. 우리 속에 혼자 고독하게 갇혀 있는 수사자 한 마리만 아직 야성의 형형한 눈빛을 잃지 않고 나를 쏘아 보고 있었다.
정주동물원은 작은 규모가 아니라서 다 둘러보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정주동물원에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올 것 같지가 않은데도 안내 표지에 한국어를 병기해 두었다. 중국의 공항에서 한국어를 병기해 둔 것은 이제 예사롭게 여겨지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외진 정주동물원에까지 한국인들을 배려해서 한국어를 병기해 둔 것은 약간 의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