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둘러싼 촛불 시민서울지역의 노동·정당·교육·종교 등 203개 단체가 모여 박근혜 정권을 퇴진하는 모임을 발족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진보연대, 서울여성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 퇴진 서울행동 발족 및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이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시국의 벼랑 끝에서 서울지역의 노동자 민중들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이 선언의 시작은 박근혜 정권 퇴진이며 그 선언의 끝은 국정농단의 공범인 5적 박근혜, 최순실, 새누리당, 재벌, 검찰을 처벌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표자들은 서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 현황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유성호
지난 4일 이미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렸고, 또 천재지변이 없는 한 상경해 12일 민중 총궐기에 참석할 계획이다. 정부가 둘 다 위법 행위라고 못박았으니, 광장에서 경찰의 사진 채증에 걸리지 않더라도 처벌하자면 피할 도리가 없다. 이렇게 대놓고 실명으로 글까지 썼으니, 징계할 근거는 차고도 넘친다. 도망가거나 변명하지도 않을 테니 언제든 연락만 해라.
아 참, 빼놓을 뻔했다. 한 가지 '죄목'이 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90초 녹화방송 사과'를 한 직후, 내 차 뒤편 유리창에 '박근혜 퇴진'이라는 큼지막한 팻말을 붙였다. 출퇴근 때 도로를 다니다 보면, 옆 차선에서 부러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운전자도 만나고, 심지어 남는 팻말 있느냐며 있으면 달라는 분들도 있다. 도로 위에서도 '한마음 한뜻'임이 쉽게 확인된다.
징계? 어디 할 테면 해봐라. 법적 처벌 운운하는 정부의 엄포에 두렵기는커녕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식물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저들의 몸부림을 보노라니 분노보다 어쩌다 저 지경이 됐을까 싶어 측은한 생각이 앞선다. 국민의 공복이 아닌, 권력자의 심기 경호에 여념이 없는, 말 그대로 '영혼 없는 공무원'의 표상 아닌가.
이번엔 중학생 아들 녀석이 함께 상경하기로 했다. 우스갯소리로, '북한 김정은이 이들을 무서워서 남침하지 못한다'는 바로 그 중2다. 여태껏 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적도 없고, 그 나이 또래들처럼 축구와 걸그룹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촛불을 들고 함께 '박근혜 퇴진'을 목청껏 외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더 이상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면서.
집회 도중 화장실 사용이 여의치 않은 이유로 말렸기에 망정이지 아내와 초등학생 딸까지도 함께 상경할 뻔했다. '역사의 현장'이 될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함께 촛불을 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비단 우리 가족만은 아닐 것이다. 평일에도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수만 촛불을 들고 있는 들끓는 민심은 정부가 위법 운운하며 겁준다고 해서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주변 지인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모이라고 해서 모이는 게 아니라고. 대통령이야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동원의 추억'을 떠올릴 테지만,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울화병에 걸릴 것 같다면서 기어이 서울로 가겠다고 한다. 한달음에 청와대로 달려가 오로지 단 한 사람과 소통해온 '불통' 대통령의 눈과 귀를 국민의 함성으로 뚫어주고 싶다고 한다.
공문을 내린 행정자치부의 담당 공무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자녀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조른다면, 그 앞에서 아빠로서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촛불집회가 불의한 행위라고 여긴다면 모를까, 자녀를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명색이 아빠로서 나는 공무원으로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니 너 혼자만 참여하라고 등 떠밀 수는 없잖은가.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온 사람들, 겁내지 말고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