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일제고사' 부활? EBS 주최 모의고사 논란

EBS, 한국교총 후원 받아 전국초중연합모의고사 추진... 진행은 사교육 업체에 맡겨

등록 2016.11.08 20:38수정 2016.11.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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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 부활 지적을 받고 있는 EBS와 한국교총의 시험 홍보 포스터.
'일제고사' 부활 지적을 받고 있는 EBS와 한국교총의 시험 홍보 포스터. EBS

국민의 돈으로 운영하는 EBS(한국교육방송공사)와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손잡고 전국초중연합모의고사를 준비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적 교육기관이 전국단위 시험을 주관하는 것이라, 일각에서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서도 폐기한 초등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교육 경감 위해 시험 본다'던 EBS, 사교육업체에 시험 맡겨

8일, EBS가 전국 학교에 보낸 '2016년 EBS 전국초중연합모의고사 시행 안내' 공문을 보니 EBS는 한국교총의 후원을 받아 전국의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12월 18일 전국단위 시험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이 시험의 대상은 초등 3학년부터 중등 3학년까지다.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이다.

이 공문에서 EBS는 "우리는 국민의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사교육비 경감의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런 서비스의 일환으로 전국의 초중학생을 참가대상으로 하는 EBS 전국 초중연합모의고사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니 귀교의 학생들이 참가하도록 널리 안내해 달라"고 요구했다.

원서접수 기간은 오는 20일까지다. EBS는 인터넷과 모바일 접수 사이트를 만드는 한편, 전국 시도별 고사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응시료는 3만 원이다.

하지만 EBS는 '사교육 경감'이라는 공문 내용과 달리 이 시험의 진행을 A중고교입시업체에 맡겼다. 이 업체 대표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다.


게다가 EBS는 이 시험 홍보 포스터에서 "참고교재에서 전 문항의 50%가 연계 출제된다"면서 자사가 만든 19권의 문제집을 홍보했다. 한 권마다 1만 원 가량 되는 자사의 문제집을 사서 보라는 얘기다.

 자신들이 만든 문제집을 사서 시험을 보라는 내용을 담은 EBS 홈페이지.
자신들이 만든 문제집을 사서 시험을 보라는 내용을 담은 EBS 홈페이지. 인터넷 갈무리

EBS는 공식 사이트에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란 FAQ게시판에서도 "EBS 내신대비 교재에서 전체 문항수의 50%가 연계 출제되므로 아래의 참고 교재를 준비하여 대비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만든 교재 구입 사이트를 직접 연결해 놓기도 했다.


이 공문을 받은 경기 B중학교의 한 관계자는 "일제고사 장사를 통해 학생을 대상으로 돈벌이하려는 방송국과 교원단체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면서 "공영방송과 교원단체가 어떻게 이렇게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을 대놓고 할 수 있는지 놀라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일제고사 장사" 의혹, 일부 교사들 부글부글

서울 지역 한 초등교사도 "초등학생들의 과열 경쟁과 사교육 뺑뺑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없앤 초등 일제고사를 무책임한 두 기관이 부활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BS의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8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시험은 고교 모의고사와 동일한 평가 결과를 통해 초중학교 학생들이 학업수준의 전국 위치를 알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라면서도 "사교육 조장이라는 교육적 논란도 피하기 어려워 내부 논의가 진행되는 상태라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제고사 부활 #EBS #사교육 #일제고사 #한국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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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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