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마을 알바라신으로 들어가는 계곡의 단풍
길동무
그런데도 여행 중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늘 있다. 길동무 여행 신조가 '많은 곳 다니는 것으로 기록 세우지 말자'이기도 하거니와 벌써 십여 년을 함께 다니는 다섯 부부이기에 의견 통일이 빨라 여행 중에도 사정에 따라 일정이 바뀔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4년 전 아프리카 4개국을 갔을 때도 그랬다. 요하네스버그에 가서야 남아공의 블라이드 리버 캐년(Blyde River Canyon)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긴급회의를 했다. 결론이 쉽게 맺어졌다. 그럴 때마다 길동무의 여행 핵심 지침은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언제 또 여기를 온다고."그렇다. 온 김에 볼 것 보고, 먹을 것 먹고, 누릴 것 누리고 가야 한다. 일정 변동으로 새벽 3시에 기상했다. 호텔에 사정하여 어렵게 아침 도시락도 준비했다. 그날 오후 일정 쇼핑도 바뀐 일정의 볼모로 잡혔다. 그러나 다녀온 후 결론은 모두 대만족이었다.
이번 이베리아 반도 여행도 마찬가지 변수가 생겼다. 애초에 계획이 없었던 곳이지만 좋은 곳이 생겼다. 조금 부지런을 떨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알바라신(Albarracin)이다. 발렌시아에서 테루엘(Taruel)을 거쳐 사라고사로 가는 일정에 알바라신을 들르기로 했다.
마드리드로부터 275km, 그러나 테루엘에서는 소요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가이드 이 선생의 추천은 길동무에게 쾌재였다. 기상 시간을 당기고 아침 식사도 서둘렀다.
"와! 정말 좋다. 오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어요."
성격 좋고 표현에 적극적인 유프카씨다.
"어떻게 후회를 해요? 오지 않았으면 알지도 못했을 텐데."이번엔 길 대장이 나섰다. 길동무 여행 코디다운 판단력이다. 알바라신(神) 덕이죠? 프카 씨는 생글거리며 환호성부터 질렀다. 이구동성 여성 길동무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탄성은 알바라신에 점점 가까워지면서부터 분위기가 감지되었던 바다. 끝을 보일 것 같지 않던 평원, 해발 1100m를 넘나드는 고지의 평원이 어느새 다가온 얕은 능선 하나를 넘어 과달라비아르 강(Rio Guadalaviar)이 흐르는 계곡으로 진입한 뒤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