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중고생 "박근혜 퇴진"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중고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권우성
그야말로 남녀노소 20만의 성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에 분노를 표출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 여타 대규모 집회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이들 중고등 학생들의 존재감이었다. 집회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삼삼오오 짝을 지은 할머니들을 포함한 노인층도, 갓난아기까지 대동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그러했다.
하지만 교복에 패딩까지 챙겨 입고,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피켓을 들고, 광화문 주변을 활보하는 이들 중고생이야말로 이날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었다. 박근혜도, 최순실도 싫다며 "내가 대통령을 해도 더 잘하겠다"고 외치지만, "최순실중심제"를 대놓고 비꼬지만, 또 하나 온갖 특혜의혹의 중심에서 이화여대와 체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또래 정유라에 대한 심리적 박탈감이 큰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분노의 목소리는 이날 오후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열리기 전,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따로 열린 중고생들의 시국선언과 항의집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행동 Vol. 2' 국반청2)와 중고생연대 등이 주도한 항의집회에는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는 어디 갔습니까'와 같은 손 팻말이나 '근혜사 교과서'와 같은 선전물이 등장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붙인 국정교과서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학생들의 생생한 의견과 목소리가 전달됐던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잃은 트라우마를 겪은 세대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이들은 함께 모여 세월호 추모 게시물 앞에서 '셀카'를 찍고, 팻말을 들고, 자유발언대에서 목소리를 이어갔다. 생애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고백(?)들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들을 광장으로 이끈 일등 공신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은 아이러니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문제는 그 어른들이다. '송파할머니'의 표현처럼, 박근혜를 세운 노인들과 기성세대인 어른들이 우리의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어른들이 더 문제다. 아니, 너무 많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여고생을 때렸다는 혐의로 체포된 보수성향 단체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런 어른들이라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