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의 보고이자 생명을 잉태하는 습지는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습니다. 4대강 삽질에 훼손되기 전 충남 부여군 왕진나루터입니다.
김종술
아버지의 강에 어머니를 묻었습니다.
어머니의 고향은 지금은 수몰된 댐 안에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집 뒤에도 작은 지천과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큰 물줄기가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친구들과 다람쥐처럼 숨어들던 곳입니다.
강변에 모래집을 짓고, 서리한 복숭아와 옥수수를 먹으며 한참을 놀다가 입 주변이 까맣게 물들 때면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물속으로 뛰어들어 수영했습니다. 형들의 짓궂은 장난에 잔뜩 물을 먹고 올챙이처럼 불룩해진 배를 만지며 낄낄대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흙먼지 범벅인 저를 번쩍 들어서 홀딱 벗긴 뒤 뒷마당 개울가에 내려놓으면 또다시 장난을 쳤습니다. 그러다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눈물을 흘리며 돌아와야 했습니다. 밥그릇이 넘치도록 수북한 보리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고 엄마·아빠 밥그릇까지 넘보면서... 가난했지만, 행복했습니다.
매콤한 모깃불이 피어오르면 대나무 낚싯대를 챙기는 아버지의 엉덩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저를 놓고 가실까 봐 안절부절 꽁무니만 따라다녔습니다. 수숫대를 꺾어서 달아 놓은 찌가 출렁거리면 손바닥만 한 붕어부터 난동을 부리던 메기까지...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칭얼댔습니다.
커다란 나무처럼 언제까지나 절 지켜주실 것 같았던 아버지를 떠나보냈지만, 아버지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면 강을 찾았고 아버지를 그리며 낚시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아버지의 강에 4대강 중장비를 밀어 넣었습니다.
4대강으로 망가진 어린시절의 금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