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중학생 집회, 집회 신고한 중학교 3학년 조윤성균
강상구
이날 집회에는 고등학생들도 간간이 섞여 있었는데, 10분가량의 집회 발언에서 수능을 20일 앞둔 고3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생도 '어리다는 이유로 정치적 의사표현을 조롱하는 반응'들에 대해 이렇게 자기 의견을 밝혔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국가를 잃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건 정말 국가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일부 어른들 중에는 학생이 무슨 시위냐 하는 분이 계신데, 나라가 잘못돼서 국민이 그걸 바로 잡겠다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오히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는 다른 사람이 문제가 아닙니까. 현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적극적으로 분노하고 동참해주십시오."또 다른 학생은 참가한 다른 학생들을 향해 이렇게 발언했다.
"학생여러분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주권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권자로서 지금의 한국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국가 대한민국이 한 사람에게 무참히 더럽혀진 느낌. 적지 않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실망했습니다. 헌법에서는 국가의 주권과 권력이 국민에게 있음을 국민들에게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명시하며 그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어납시다! 행동합시다!"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 점을 학생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학생이 주권자로서 자각하는 일은 권장해야 하고, 칭송받아야 할 일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중학생들이 집회를 시작했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가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며, 비난을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 같은 건 당연히 없다.
학생들의 시위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동네 주민 한 분이 어둠 속에서 시위대를 향해 불쑥 나타났다. 붕어빵 두 봉지를 학생들에게 건네주었다.
"애들이 집회한다고 하기에 응원하려고요." 인근 익산에서 오신 어른은 "애들한테 미안해서 왔어요. 어쩌다 이런 나라를 물려주게 됐는지"라며 행진 대열의 뒤를 터벅터벅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