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선생님과 뱀 모형 배 만들기 팀원들
이민선
꿈의학교 하기 이전에 이미 괜찮은 학교밖 학교
"아이들은 팀별로 스스로 계획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박물관 전체를, 우리 직원들 사무실까지 모두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고요. 학습 주제가 '메카닉(구조, 역학)'인데, 아이들 상상력이 참 대단해요. 뱀처럼 생긴 배를 만드는 팀도 있고, 선사시대 인류가 살던 움집을 짓는 아이들도 있어요. 생선 골격을 탐구하는 팀도 있고요. 마을 축제를 기획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들이 작성한 희망 리스트대로 진행하는 것인데, 워낙 하고 싶은 게 다양하다 보니 재료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아이들이 하는 활동이 저마다 다른 이유다. 초·중·고생 52 명이 10여 개 팀으로 나뉘어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는데, 팀마다 전문 강사가 있었고 학부모로 구성한 드림 캐스터(Dream Caster)라는 학습 도우미도 있었다.
스티로폼을 다듬는 아이들은 뱀처럼 생긴 배 모형을 만드는 팀이었고, 땅을 파는 아이들은 움집(선사시대 가옥)을 짓는 팀이었다. 컴퓨터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축제를 기획하는 팀이었고, 생선을 끓이는 아이들은 동물 진화 과정을 탐구하는 팀이었다. 생선뼈를 분해한 다음 다시 맞추며 진화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이미 죽은 생선이었다.
디자이너, 역사학자, 학예사 등 강사진은 무척 탄탄했다. 그 이유는 꿈의학교를 시작하기 이전에 박물관 자체가 이미 '학교 밖에 있는 꽤 괜찮은 학교'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박물관에서는 과학, 수학, 역사, 예술이 융합한 프로그램인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했다. 2012년에는 '레지던시형 학생 인턴십'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기획, 설계, 디자인 등에 직접 참여해서 박물관 전시를 하는 무척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박물관에서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후손들 교육을 위해서 설립한 게 '우석헌 자연사 박물관'이니, 교육에 정성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박물관 자체가 한 관장 부부가 평생에 걸쳐 이룩해 놓은 '작품 '인데, 이들의 꿈이 '제대로 된 교육, 질 높은 교육'이라고 한다.
박물관에는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알게 하는 화석과 광물 등이 10만 점가량 전시·보관돼 있다. 한 관장 남편이 수십 년간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것인데, 그는 화석과 광물을 모으기 위해 오지탐험도 불사했다고 한다. 박물관은 지난 2003년 개관했다.
이런 엄청난 자산이 한 관장에게 자부심을 안겨줬다. 특히 교육에 관한 자부심이 높았다. 제도권 교육과는 사뭇 다른 살아있는 교육(실물 교육), 자유로운 교육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이런 그에게 꿈의학교가 새로운 감동을 안겨 주었다.
화석, 광물 모으기 위해 오지탐험도 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