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금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참여연대 회원들
참여사회
끝이 없는 질문들청년참여연대 내부적인 사업 외에 다른 사회적 이슈에도 동참하나요?
"그럼요, 세월호 900일에도 함께 했었고 백남기 농민과 관련된 집회에도 함께 갔었어요."알바에 학업에 청년단체 활동에 각종 집회에, 참으로 부지런히 사는 청년들이다. 그럼에도 이 사회와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청년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여기에 대해 그녀는 할 말이 많다.
"그런 소리들을 들으면 여전히 화가 나요. 뒤에서 숨어서 탓하지 말라고, 거리로 나오라고 그러는데 이젠 운동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또 분명히 80~90년대와는 사회적 조건이 달라졌는데 같은 행동방식, 같은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것도 답답하구요. 질타보다는 왜 청년세대가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필요한 거죠. 극한으로 치닫는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이들에겐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거리로 나올 여유도 없어요."점점 그녀의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도 높아진다.
"선거 날에 MT가는 대학들이 있다고 SNS에 썼던 이재명 시장님한테도 서운해요. 사실을 파악해 보니 딱 한 군데가 그랬다는데, 이런 식으로 그저 청년세대 전체를 싸잡아가지고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요. 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 건 청년들 탓이라고…. 그런가요?"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는 나는 다만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사회가 이 모양인 게 정말 청년들 탓인가? 유권자 중 16%에 해당하는 670만 명의 20대 청년들을 기성세대가 진정한 파트너로 대해준 적이 있었던가? 각 정당의 청년비례대표는 충분한가? 청년세대들의 투표율이 오른 만큼 과연 청년정치인도 늘었는가? 왜 그리도 많은 수의 청년들이 빚을 지는가? 삼포(연애, 결혼, 출산)로 시작해서 오포(인간관계, 내 집 마련)로까지 늘어났던 그 암울한 리스트에 이제 다시 6번째, 7번째로 올라온 그 두 가지의 이름을 세상은 아는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 사이를 그녀의 목소리가 힘차게 뚫고 나온다.
"청년참여연대의 비전은 정치판이든 시민운동이든 청년세대가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지금은 청년들이 불려 다니면서 그저 우리 처지에 대해 얘기만 해주고 그 다음은 기성세대들이 알아서 나머지를 다 하잖아요. 앞으로는 그 이후의 과정에도 청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지금의 우린 그저 미끼나 포장 정도에 불과하니까요."청년세대가 요구하는 것은 동정이나 배려가 아닌, '동등한 자리'다.
선영아, 사랑해!이제까지 자신의 삶에 대한 총평을 부탁한다는 말에 그녀는 선언하듯 '후회 없이 살았다'고 했다. 즐겁게 놀았고 연애도 해봤고 공부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는 했고, 20대에도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살고 싶다고. 그렇게 살다가 30대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게 지금 가지고 있는 목표다.
"청년참여연대 활동을 잘 마칠 수 있을까, 이게 가장 고민이 되요. 가장 힘든 건 주위 사람들이 지쳐하는 모습을 볼 때예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때론 왜 우리만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토익공부나 하고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곳에서 활동하며 스펙만 쌓을 수도 있는데….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일하려고 이력서 쓰는데 진짜 쓸 게 없는 거예요. 지난 3년간 정말 정신없이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이력서엔 쓸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그녀가 '마크르스주의 포럼'에 가서 무엇을 듣고자 했는지 나는 모른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깊이 있는 앎이 없기에 딱히 전해줄 말도 없다. 그러나 문득,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카피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던 그녀의 이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을 두드렸던 문구 하나가 떠올랐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그의 자세를 인간적인 자세로서 전제한다면,너는, 사랑은 오로지 사랑하고만, 신뢰는 오직 신뢰하고만 교환할 수 있다.네가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그 사랑에 화답하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그리고 너의 생활표현으로 너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너의 사랑은 무력하고 불행한 것이다.- <1844년 경제학 초고>, 칼 마르크스아무 것도 적을 게 없다는 그녀의 이력서에 대신 적어주고 싶은 한 줄.
'생활표현을 통해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삶.'
내가 오늘 만난 '선영이'는 마르크스와 바로 그 지점에서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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