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렌베르크 중세의 고도 뉘렌베르크(독일) 도심 광장의 아침에 열리는 농민시장
정기석
도시에서 먼저 농촌에 '손과 돈'을 내밀어야지금 농촌에는 사람도, 돈도 없다. 5% 밖에 안 되는 농민이 95%의 도시민을, 국민을 먹여살리는 기형적인 구조다. 농촌의 중요성, 농가의 존재감, 그리고 농민의 자존감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인구수로나, 산업규모로나 고작 3~5% 남짓이다. 나머지 95%가 넘는 돈, 에너지, 기회, 그리고 희망은 모두 도시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이, 그 지자체끼리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나누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이때 사람도 돈도 없는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먼저 '손과 돈'을 내밀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서울시는 500억원의 기금을 별도로 마련해 18개 광역 및 기초 지자체와 상생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지역특산물을 살 수 있는 '상설직거래시장'을 2배 늘리고, 지역관광명소 2000개를 함께 발굴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상생협력사업에는 광주·충남·전남 등 3개 광역자치단체, 거창군·고령군·고창군·금산군·남해군·수원시·순천시·영월군·완도군·완주군·정읍시·진안군·철원군·포천시·함평군 등 15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역격차로 인한 우리사회의 병은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의 상생으로 치유할 수 있다"며 상생협력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로써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지역농민과 도시민이 만날 수 있는 상설직거래시장을 현재 15개소에서 30개소까지 늘린다. 특히 거주 공간에 여유가 있는 어르신과 주거공간이 필요한 대학생을 연결 하는 등 도시 유휴 주거공간을 공유, 시세의 50%이하로 공급해 지역학생들의 주거비 걱정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18개 지자체들과 손을 잡고 현재 67개인 지역관광명소를 2000개소까지 발굴하고 확대한다. 20개 이상의 폐교는 리모델링해 숙박형 자연캠핑장과 자연체험공간 등으로 조성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도농상생지원센터도 설치해 상생교류사업을 지원하고, 일반예산 및 대외협력기금 총 500억 원을 마련해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서울시의 상생 협력사업으로 귀농 희망자들이 사전 체험을 할 수 있는 '서울농장'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19억 9천만 원의 예산을 확정, 함평읍 석성리 소재 구 석성초등학교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다. 부지와 농지 2만5855㎡, 건물 962㎡ 규모의 서울농장에는 귀농희망자 15세대가 함께 머물며 사전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주거시설도 갖춘다. 또 서울시민 1500명이 주말, 주중 등을 이용해 농촌체험을 하는 교육시설, 영농실습시설, 농촌체험시설 등도 들어선다.
서울 성북구는 전남 나주, 담양, 신안, 영광, 충남 예산 등의 지역농협과 친환경 쌀 공급업체와 협약을 체결,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우수한 친환경 쌀을 연간 1000톤 이상 공급받기로 했다. 아울러 나주시, 담양군, 신안군, 영광군, 예산군 등 5개 자치단체장과 도시-농촌 간 지속가능한 교류와 상생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