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원과 폭포수련활동 하루 전 많은 비가 내려서 폭포가 만들어졌다.
안사을
결코 편한 시간은 아니다.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온 지금 그 시간이 그리운 이유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교우들과 소소한 말들을 나누는 가운데, 그들의 선생님이자 인생을 함께 살아나가는 한 인간으로서 그들과 함께 훈훈하고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
2박 3일의 시간 동안 우리 반 아이들은 단연코 빛이 났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그 비결은 바로 신발이었다. 수련회를 가기 전 수련원을 통해 바다래프팅을 배우기 위해 값싸고 편리한 고무 만능화를 준비해오라는 사전 안내를 받았다. 만능화를 이미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생각보다 손을 많이 들지 않았다. 그 순간,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제안을 했다.
"얘들아. 얘들아!! 우리 색깔 맞출까?"가뜩이나 집을 떠나 외박을 할 생각에 들떠있던 아이들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네!"를 외쳤고 나는 그 즉시 교탁의 컴퓨터를 켜서 만능화를 검색했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이트로 들어갔고 세 가지의 색상 선택지를 놓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자. 평범한 하얀색이 있는데 너무 평범하구요. 파란색과 핑크색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체로 맞추는 것이니 파란색이 낫겠지요?"당연히 파란색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정말 뜻밖이었다.
"핑크요!""남자는 핑크죠. 쌤!"나를 포함하여 반의 모든 구성원들의 마음은 분홍빛 기대감으로 물들었고, 선택받지 못한 파란색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왁자지껄한 우리의 푸른빛 웃음으로 대신 승화되었다.
수련활동 내내 우리 반은 핑크색 만능화를 자랑스럽게 신고 수련원을 누볐다. 작은 소품이었지만 핑크색 만능화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졌다는 작은 구슬 같은 자부심과 더불어 급우들끼리의 동질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러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우리 반은 3일 내내 가장 빨리 집결하는 반이 되었고 그것은 또한 아이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