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만난 지허스님이 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스님은 '자생차 지킴이'로 통한다.
이돈삼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갖자는 의미죠. 정(靜)이 있어야 동(動)이 있는 거고요. 부지런히 활동하려면 여유를 가져야죠. 차(茶)가 그런 겁니다. 여유지요. 집에서도 가족끼리 함께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차를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는 아주 건전하고 미래 지향적이겠죠. 차가 일상화되면 지역과 나라의 격도 달라질 겁니다."
지난 10월 28일 만난 지허스님의 차 예찬이다.
지허스님은 금둔사에 살고 있다. 금둔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668m)이 품고 있는 절집이다. 백제 때 처음 지어졌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사라진 것을 지허스님이 복원했다. 1980년대 초였다. 해마다 섣달에 꽃을 피우는 매화, 납월매가 있는 절집이다.
스님은 이 절집에서 반농반선하고 있다. 차나무를 재배하며, 자생차를 만들고 있다. 우리 자생차의 명맥을 이으며 '자생차 지킴이'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차를 대하는 스님의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스럽다. 격식도 까다롭지 않다. 차를 마시는 예절, 다도(茶道)의 부담에서 벗어난다. 차 맛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