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당 거국내각 요청,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가 의견을 모아 거국내각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소연
새누리당이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요구해온 거국중립내각(아래 거국내각) 주장에 동참하고 나섰다.
쉽게 말해, 여야가 동의하에 만든 내각이 박 대통령의 권한을 나눠가짐으로써 '최순실 국정 개입 사태'로 브레이크가 걸린 국정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다.
새누리당은 오후 긴급 최고위를 열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최고위는 여야가 신뢰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제안한다"며 "사건 관련 청와대 책임자 모두 대폭 인적 쇄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우병우, 안종범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발표했다(관련 기사 :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 날아갔다).
부정적 여론에 놀란 새누리, 결국 '거국내각' 요청박 대통령의 사과 기자회견 다음날(26일)부터 민주당·국민의당 지도부로부터 중립내각 요구가 이어졌지만, 새누리당은 나흘 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급작스런 발표 배경에는 비판적인 여론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29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최씨가 검찰 수사를 위해 30일 입국하면서 날로 증폭되는 비판 여론을 어떤 식으로든 잠재워야 한다는 절박감이 드러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전체 분위기는 책임 집권여당으로서 적극적으로, 선도적으로 (사태를) 해결하자는 큰 틀에서 (거국논의가) 시작됐다"면서 "여야가 신뢰할 수 있는 인사로 거국내각을 구성해 같이 이끌어나가자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각론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여당의) 이런 발표는 쉽지 않다, 많은 결심 끝에 나온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최고위 후 취재진과 만난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적 쇄신이 결과가 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요청 드리게 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중립내각은)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대통령께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거국내각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배경으로 구성하지 않는 내각'. 여야가 머리를 맞대 내각을 구성하고, 이를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식이다. 현행 내각의 퇴진이 전제된다. 보통 전시나 국정 마비에 가까운 상황에서 거론되는 방식이다.
거국내각의 선택지 중에는 대통령 권한을 외교·안보만 남기고 나머지를 국회 합의로 추대된 총리에게 떼어주는 '책임총리제'가 있다. 국무위원 제청권(87조 1항)과 각료해임 건의권(87조 3항)을 새 총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여당의 거국내각 주장에 대통령의 당적 정리(탈당)라는 숨은 요구가 들어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정파로부터 자유로운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또한 당적을 버리고 초정파적인 위치로 가야한다.
비박계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거국내각' 발표 직후 SNS를 통해 "거국중립내각이 그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이라도 그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중립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때문에 대통령이 무당적(無黨籍)을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였다고 할 수 있는 친박 지도부로서는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의미하는 탈당을 압박하기 보다는 거국내각 구성 과정에서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정리하기를 바라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