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로 접어들 즈음, 고흥 시골에서는 산국이 논둑에 핍니다.
최종규
여름내 푸르던 들은 가으내 노랗습니다. 한가을이 깊으면서 노란 들은 차츰 사라집니다. 잘 익은 벼를 베어내어 노랗게 가득하던 들마다 빈들로 바뀌어요.
바람 따라 솨락솨락 노래하며 춤추던 나락이 사라지는 들은 텅 비면서 새로운 빛이 됩니다. 곧 가을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머잖아 겨울로 들어설 텐데, 차츰 겨울빛이 곳곳에 나타납니다.
가을 들길을 걷다가 달립니다. 새삼스럽게 달라진 빛물결을 잔뜩 받으면서 걷다가 달립니다. 두 팔을 벌리면서 달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