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 교수가 지난 3월 홍성 광천 현장에서 유해발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심규상
박선주(69) 충북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체질인류학)가 (사)노근리 국제평화재단과 노근리평화상심사위원회가 주는 9번째 '노근리 평화상'(인권상 부문)을 받았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5시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 교육관에서 열렸다.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이사장 정구도)과 심사위원회는 박 명예교수에 대해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구성, 민간차원의 유해발굴 사업을 지속해서 벌여 인권증진에 헌신한 공적이 높이 평가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첫 유해발굴은 일본 훗카이도에 아무렇게나 묻힌 한국인 노동자의 유해였다. 일제강점기 댐과 철도공사에 징용됐다 사망한 한국인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부터는 6·25 전사자 유해 발굴단장을 맡아 전국을 누볐다. 수많은 유해와 유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또 유해발굴의 체계를 만들고 발굴 작업에 참여하는 사병들을 일일이 교육했다. 국방부와 학계를 쫓아다니며 유해 발굴을 지속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강제 징용희생자에서 6·25 전사자 유해까지결국, 2003년 육군본부 내 사업전담부서가 만들어진 데 이어 2007년에는 국방부 내에 유해발굴 전문부대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했다. 그는 유해발굴 및 유해감식 방법과 기법을 상설독립부대에 전수했다.
그의 활동은 한국 전쟁기 민간인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발굴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설립되자 박 교수는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단장을 맡아 다시 전국을 떠돌았다.
충북 영동군 노근리사건 희생자는 물론, 충북 청원 분터골, 경산 코발트, 지리산 외공리, 진도 갈매기섬, 공주 왕촌 살구쟁이(상왕동), 전남 함평 불갑산 등에서 약 1500여 구를 발굴했다.
그는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집단희생사건에 대한 유해발굴사업을 두고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국군 유해발굴사업과 민간인집단희생사건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다르지 않다"며 "국군이든 민간인이든 국가가 나서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정부가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안치할 장소를 찾지 못하자 자신이 몸담고 있던 충북대 내에 유해안치시설과 분향소, 유해 감식 및 정리실을 갖춘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관' 건립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