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슈퍼! 마켓!> 책표지.
봄엔
지난 15일 이른 저녁, 딸과 '레드북스'에 갔다. '가보자' 마음먹고 이주일 정도 미룬 끝에 간 것이다. 나 혼자라면 이미 진즉에 가봤을 텐데 2주나 미뤄가면서까지 딸과 갔던 이유는 책방이기 때문에, 그것도 동네책방이기 때문이다.
딸에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점을 가진 동네책방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최근 몇 달 전부터 책 읽는 재미에 빠진, 다행스럽게도 책을 펼쳐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사는 재미를 아는 딸과 동네책방 레드북스와의 첫 만남 추억을 갖고 싶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니 갖춰놓고 파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편의점처럼 24시간 열려있는 편리함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가게들이 있다. <우리 동네 슈퍼! 마켓!>(봄엔 펴냄)은 이런 가게들을 탐방한 책이다.
목차를 훑다가 제일 먼저 골라 읽은 것이 레드북스 편이었다. 빵집, 떡집, 그릇가게, 대장간, 과일가게, 주단가게, 꽃가게, 오픈장터, 두부가게, 제주의 몇몇 가게 등 40곳을 다뤘는데, 레드북스를 먼저 골라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책방'이자 북카페이기 때문이다.
책방만을 다룬 '북! 마켓' 장에선 레드북스를 비롯하여 피노키오(성미산로), 스토리지북앤필름(신흥로), 왓더북(이태원로), 더북소사이어티(자하문로 10길) 5곳을 다룬다. 이에 소심한 책방(제주도)을 더해 저마다 나름의 색깔과 매력을 가진 6곳의 동네책방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레드북스에 '가장 먼저 가보자', '꼭 가보자'며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내가 즐겨 읽는 인문사회 분야 책들을 주로 다루는 '동네책방'이란 설명 때문이었다.
'브레드! 마켓'을 시작으로 7장으로 나눠 40곳을 '어떤 가게인가? 주인장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이런 가게를 꾸리게 되었는가? 그 가게만의 특별한 물건(그 마켓에 그 물건)' 이렇듯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가게 소개에 앞서 저자와 얽힌 추억이나 방문하게 된 동기 등도 짧게 넣었다. 그리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와 '그 가게가 있는 동네나 골목의 특성'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구성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많은 것들을 간결하게, 딱 필요한 것들만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잘 쓰고 잘 만든 책'이란 생각이 자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