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반차도 - 8일간의 화성행차> 표지
담디
주위를 보면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책은 어가행렬의 선두부터 후미까지 행렬 전체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경기감사, 훈련대장, 정가교(정조), 자궁가교(혜경궁 홍씨), 장용대장 그리고 도승지와 병조판서까지. 행차의 핵심인물들을 중심으로 6개의 대목으로 나눴다. 대목마다 중심인물과 함께 호종하는 인물들과 마필, 의장물 하나하나까지 세세히 분석하고 있다.
특히 조선의 군사체계에 대해서는 유난히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반차도를 구성하는 인원의 대다수가 군사들인 관계로 조선의 군사체계를 모르면 반차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고 지휘관인 대장부터 말단 병졸에 이르기까지 군사들의 행군 모습을 따라가며 보직을 파악하다보면 당대 조선의 군사체계가 절로 이해된다.
예나 지금이나 의전서열은 명확하고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 관례다. 군에 갔다온 이들이라면 사단장(투스타)과 참모총장(포스타)의 의전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의전은 매우 중요했다. 반차도에서도 지위고하에 따른 의전서열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외양만 보고서도 대강 그 지위를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주위를 호위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반차도 속 행렬을 크게 구분 지으면 말을 타고 행차하는 이들과 걸어서 이동하는 이들로 나뉘는데, 말을 타고 가는 이들이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 더 나아가 말을 타고 있는 이들조차도 지위 구분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을 탄 이들도 말구종(견마잡이)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말구종은 지금으로 치면 운전기사다. 말구종이 붙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위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군뢰(軍牢: 헌병), 서리(書吏: 기록을 담당하는 하급관리) 등 호종하는 인물들의 의장이나 서열, 숫자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지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