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의 오미자 밭
변민우, 장혜림
- '오미자'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는 이유."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뿌듯하지만, 이는 단 한번의 이미지 타격이나 시장실패가 수많은 농가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로 매 순간 시장의 트렌드에 부합하고,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히 문경오미자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문경을 이끌어가는 농민들의 경제적 안정과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 다양한 노력들이 감명 깊은데, 문경 오미자의 발전을 위해 생각인 게 있다면?"다양한 구상이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를 꺼내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고품질 오미자를 만들기 위한 무언가'를 구상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시화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싶지는 않고, 내년 가을 문경을 방문해보면 '변화'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웃음)"
오미자의 오미(五味)를 느끼는 법? |
과일은 누가 뭐래도 열매다. 그러나 오미자는 순수 당도가 4%에 지나지 않고 산도가 높아 대중의 기호에 부적합하다. 따라서 당절임(청)을 해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미자의 맛을 많이 떨어뜨리기 때문에 '건오미자'를 추천한다.
건오미자를 하룻밤 물에 담가 두면 홍조처럼 불그스름한 물을 얻을 수 있는데, 여기에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첨가해 음용하면 된다. 최근에는 원액제품이나 오미자분말 등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으니,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
두 분의 투박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푸근함을 느꼈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친구분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이 동네 도토리 3형제야'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빠 같았다. 하지만 '도토리 키재기'의 수준이 아닌 문경만의 오미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농가의 번영에 지역공동체의 화합을 녹여 내기 위한 고민에는 사뭇 진지함이 깃들었다.
생산농가와 문경, 그리고 문경을 방문하고 문경오미자를 찾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심엔 이들의 따뜻한 인품이 녹아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따뜻함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다.
일상에서 찾기 힘든 오미자문경시는 과거 잎담배의 대표적 산지였으나, 수입산 담배에 경쟁력을 잃고 새로운 대체작물로 사과와 오미자 등을 선정했다. 분명 오미자는 사과, 약돌한우와 더불어 오랜 전통을 가진 문경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그러나 문경 시내 곳곳에서, 문경오미자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근이 직판장이나 오미자초콜릿, 오미자빵을 파는 곳이 있었으나, 그것은 제주공항에 수두룩한 감귤 초콜릿처럼 특색 없는 간식에 불과하다.
점촌장에서 간단히 들른 음식점 사장님도 '오미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무래도 일상에서의 소비빈도가 낮고, 식재료로써 보편화된 이용법이 없기 때문일테다.
우리는 진정으로 오미자 음식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오미자를 활용한 음식점 이래봐야 '오미자 숙성 돼지불고기'였다. 해당 음식점에 악감정을 갖고있는 건 아니나, 그건 고추장 맛이지 오미자 맛이 아니다. 어지간한 사람이 '오미자'의 맛을 1%라도 느낄 수 있을까?
오미자 상품은 꼭 액체여야만 할까? 오미자는 액체여야만 하는가? 시중에서, 문경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액상차 종류다. 가령 2014년도를 기준으로 국내 유통되는 오미자 제품의 54%는 액상차류였고, 화장품과 조미식품이 그 뒤를 이었다. 당절임한 오미자 청과 식초, 와인과 원액. 어디까지나 한정돼 있다.
여행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직관적으로 모 제약회사의 광고문구를 떠올렸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오감만족'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최상의 여행이다. 일상에서 즐길 수 없는 이색적인 경관, 오랜 역사의 문경새재와 다양한 축제를 몸소 느끼는 것. 문경은 여행지로써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볼거리는 있지만 먹을거리가 없다. 즉 '씹고 뜯고 맛볼'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한우는 문경에서 먹으나, 집에 가서 구워 먹으나 맛이 같다. 하지만 집에서 문경만의 오미자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여행지에 특색 있는 음식이 없다는 건 큰 문제다.
오죽하면 우리는 오미자 취재를 가서 찐빵과 만두를 먹었다. 오미자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앞서 말한 고추장불고기가 다였다. 오미자생산자협회 웹사이트나,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발행한 소책자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조리법은 '오미자가 첨가된' 음식이다. 라면을 끓일 때 오미자원액 세 방울을 넣으면, 그것도 오미자음식이 되는가?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특산물에 특색을 부여하기 위해 범하는 실수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를 탈피해야만 독자적인 식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미자의 매력은 '색감'이라고 생각한다. 실례로 오미자화채나 오미자물김치 등은 불그스름한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레시피는 글과 사진에 불과할 뿐, 실제로 만나볼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최근 각광받은 블루베리나 자몽 등에 비해 오미자는 산도가 지나치게 높아 피자나 샐러드, 케이크 등 다양한 활용방안이 어렵다는 점은 통감하지만, 식문화에 대한 발전이 없으면 장기적인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령 오미자 동치미를 활용해 만든 새콤한 동치미국수랄지, 오미자 원액으로 색감을 더한 밀쌈(칠절판)에 오미자청 소스를 곁들인다거나 하여 메뉴화 시켜보는 건 어떨지.
문경오미자의 활로문경시는 1993년 자생작목인 오미자의 인공재배에 성공한 이래, 2005년부터 오미자 특구로 지정된(2006지정) 동로면을 중심으로 매년 9월중순 '문경오미자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관광객들의 불편을 수렴하여, 2015년부터는 문경새재에서 '문경약돌한우∙오미자축제'를 열고 있다.
물론 동로면의 입장에서 축제 개최지의 이전은 '오미자 특구'라는 명성에 아쉬움이 남겠지만, 전기대비 판매량이 7배나 상승했다는 점은 지역차원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경시는 지난 9월 열린 축제에 무려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고, 열흘 간 67톤의 오미자를 판매하는 등 축제를 통해 나날이 성장 중이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여름 한정상품으로 '문경오미자 피지오'를 선보였다. 4개월 간 무려 80만 잔이 판매됐고 '대한민국 베스트 신상품 대상'에서 농특산품 음료분야 대상(大賞)을 수상하기도 했다. 맛보지 못해 아쉽지만,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제품의 해외출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문경오미자의 식음료시장 진출에 윤활유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경시는 '오미자테마공원'과 '문경오미자 농촌융복합 산업화지구 건립' 등 체험 및 관광산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신설될 중부내륙철도와 동서내륙철도가 폐역이 된 '문경역'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인적∙물적 교류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이렇듯 문경오미자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마치며문경은 아름다움이 가득한 동네였다. 버스를 타고 오가는 와중에 만난 아름다운 풍광과, 길을 묻는 타지인에게 따뜻함을 전해준 어머님, 생산자협회의 두 분까지 말이다. 문경은 본질에 충실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사는 공간,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감명 깊다.
때때로 어느 산지에 가보면, 특산물을 활용한 관광자원화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실은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채 홍보와 수익성에만 주력하는 셈인데, 음식도 만들지 않고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경오미자의 사례는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무엇보다 재배와 가공의 연계가 탄탄하다는 것인데, 생산자협회와 가공업체가 강하게 연을 맺고 상호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문경의 오미자는 중요하다. 경북지역은 문경을 필두로 국내 최대 오미자 산지로 발전했는데, 문경이 단양이나 예천 등 인근의 오미자 산지를 지탱하는 큰 축이기 때문이다. 기둥이 흔들리면 가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성장의 디딤돌을 앞에 두고 식문화 구축, 정품인증제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부동의 1위로 우뚝 선 문경오미자의 성공사례를 통해 경북지역 전체적인 발전으로 나아가, '오미자!' 하면 경북이 떠오르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