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씨를 삼키면
김해선
- 그림의 주인공이 된 아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요?"수많은 소소하고 행복한 기억들이 있는데요, 제 그림 중에 '수박씨를 삼켜버렸어요'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작년에 가르친 1학년 학생이 급식을 먹다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는 당황한 얼굴로 제게 다가와서는 '수박씨를 삼켜버렸어요' 하고 울상을 짓는 거예요. 그게 왜 문제인지 잘 몰랐는데 '뱃속에서 수박씨가 자라면 어떡해요' 하길래 너무 귀여워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 1년이 지나고 아이들과 작별하려면 선생님께는 꽤 힘든 시간이겠어요. "6학년 졸업식에 축하공연으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함께 어설픈 밴드연주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깜짝 공연이었고, 처음으로 일렉 기타를 배워 연주를 겨우 마쳤어요. 졸업식이 끝난 후 아이들이 일제히 뒤돌아 엄마를 찾아 저에게서 멀어져 가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때, 늘 반항하고 투덜대며 저를 힘들게 했던 남학생이 갑자기 뒤돌아 저를 보더니 돌아와서 꼭 안아주고 '선생님,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하고 가더라고요. 그때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 복도에서 얼싸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주위 학부모님들이 그런 저희를 보며 따뜻하게 웃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 팬들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이 그림을 보고 위염이 나았습니다!' 하고 농담해주신 분이 떠오르네요. 요즘 아동학대 문제로 마음이 아팠는데,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는 분도 있고요. 그밖에 아이를 키우고 계신 어머니들, 선생님이 되려고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 현직 교사 분들께서 그림에 공감해주시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 왜 선생님의 그림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직 그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걸음마 수준이라 감히 작품세계를 논하기가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양한 스타일과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면서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하며 저를 조금씩 발견해 가는 중입니다. 일단 '어린이'라는 주제 자체를 많은 분들이 따뜻한 눈으로 보아주시는 것 같아요."
- '그림 그리는 선생님'으로서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교사이자 작가로서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들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그들의 생활에 아주 가까운, 좋은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si그림책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열심히 배워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몇 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선생님이자,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