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_최순실' 피켓앞 지나는 박근혜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와라_최순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실제 당시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이 같은 말을 던졌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007년 1월 9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최고 통수권자의 고민은 임기 말로 접어들수록 비슷해질 수 있겠다 싶다. 임기 3년 차부터는 레임덕 얘기가 돌고, 임기 말로 접어들면 5년 단임제로는 자신의 임기 안에 결실을 따낼 수 있는 정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느끼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현 시점에 박 대통령이 꺼낸 개헌 카드는 많은 국민의 예상대로 최순실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을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인신공격성 논란"으로 일축해 더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개헌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매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현 시점에 느닷없이 180도 입장을 바꿔 "오늘(10월 24일)부터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힌 이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무성도 이정현도 "내년 대선 전 개헌" 주장한 이유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3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솔직히 지금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대선 전에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을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안해주시길 공식적으로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친박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24일 치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5년 단임제는 나라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개헌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이날 인터뷰에서 "대선 전 개헌"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 전에라도 개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여러 잠룡과 정치인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개헌을 하면 영호남 정치 장벽이 일거에 무너지는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본인 입으로 밝힌 바가 없는데 이분이 나올지 안 나올지, 새누리당일지 더불어민주당일지, 제3당일지, 자신 있게 누가 말할 수 있느냐, 만약 그분이 안 나오면 닭 쫓던 개가 되는 것 아니냐"며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등 국민의 당과 연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대선전략의 일단을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출마와 검증과정에서의 무사통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반 총장이 반드시 새누리당의 후보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으며, 경우에 따라 반 총장이 불출마를 고집할 경우 새누리당이 선택할 다른 돌파구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야권에는 대선 후보가 많은 편이지만, 여권 안에는 내로라 할 후보가 없어 후보난이 심각하다는 게다.
실제 반 총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반 총장은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대선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한국으로 돌아가 좋은 충고를 해주는 선배들과 친구들을 만나 한국의 미래를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언론은 반 총장의 이번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대선출마 시사발언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사무총장 업무에 주력할 것이며 지금은 어떤 추측도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주장대로 내년 1월 퇴임하기 전까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의 직분을 마감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며, 실제로 대선출마 입장을 언급한 게 아니라서 어느 정당으로 어떻게 출마한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이와 관련,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책특보는 "새누리당이 반기문 후보론으로 내년 대선 돌파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곧장 개헌으로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많았다"라며 "박근혜 정부가 개헌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새로운 권력지도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안에는 개헌을 둘러싼 동상이몽이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권력구조 개편만 예각적으로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개헌과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놓고 입씨름 중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직전 토론회에서 제안했던 '미국식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