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운사 앞 바닷가에 있는 용천수 '부처 물'입니다.
임현철
"오늘은 이 방에서 주무세요."바다 산책에 나섰습니다. 파도소리가 가득합니다. 그러고 보니, 절 앞에 펼쳐진 태평양 바다가 해운사 '일주문'이었습니다. 구름 많은 하늘은 '빛 내림'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놀라웠던 건, 해운사 앞 바닷가에 있는 '부처 물'이란 용천수였습니다. 해운사에 따르면 "용천수는 1270년 몽고군 침입을 막기 위해 신당에 올릴 청청수로 이 물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고려시대, 몽고군 침략에 대응해 '팔만대장경'을 새겼던 정성과 같은 불심(佛心)이었습니다. 부처 물은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해수관음도량 제주 한림 해운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의 병이 낫길 발원하며 지은 사찰이다. 그 후 병을 이겨낸 아들이 출가해 해운사에서 부처님 법을 전했는데, 향봉 수명스님이다. 그래서 이곳 해운사는 제주사람들에게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염원하는 기도처로 자리하고 있다."원경 스님 설명입니다. 앞을 못 보는 아들을 위해 절을 세우고, 이 절에서 수행 끝에 급기야 <심청전>에 나오는 심봉사처럼 눈을 떴다는 이야기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옛날이라면 전설이거니 하겠지만 대한민국 해방 이후의 일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찌됐건 대단한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이 믿지 못할 전설이 바로 제주 한림 해운사의 '해탈문'이었습니다. 대웅보전에 들었습니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웅보전의 관세음보살은 원래 제주 개법사에 모셔졌던 부처님으로 제주 4․3 당시 전각이 모두 불타면서 이곳 해운사로 옮겨졌습니다."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쪽잠, 내지는 풋잠이라도 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왜냐? 하룻밤 자기로 했던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름, 하룻밤을 짧게나마 청한 효과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20여분 잤을까, 기척이 있었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곳, 관음 기도 도량 해운사에서 성율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선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