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공개한 최순실씨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영상. 1979년 6월10일 제1회 새마음 제전 당시의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음봉사단 총재였고, 최순실씨는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이었다.
뉴스타파
한 달 전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의혹'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폭로'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나섰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정에 관여한 혐의가 의심된다며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최순실 향해 '쉴드' 친 대통령 발언
검찰은 지난 5일에야 이 사건을 배당했다. 대통령 측근과 관련된 사건이면 특수부에 배정되는 게 관례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하면서 수사팀 규모(3명에서 5명으로 확대)도 작게 꾸렸다. 야당은 검찰을 향해 '수사 의지가 있느냐'며 항의했지만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검찰의 움직임은 없었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드디어 대통령이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두 재단에 대한 의혹이 잇따르고 불신이 확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재단 설립은 대기업들이 문화융성 정책을 위해 뜻을 모아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이 쏙 빠졌다.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전횡과 비리 의혹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그런데 가운데가 텅 비었다.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최순실'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대통령의 발언을 풀이하면 이렇다.
'두 재단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니 불법을 저지른 그들을 처벌하면 될 것 아니냐.'
'게이트' 입증할 증거 없나? 청와대는 아예 최순실과의 관계를 정면 부인한다. 지난 20일 국회 교문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서 받은 답변서를 일부 공개했다. 청와대는 답변서를 통해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친밀한 사이가 아니며, 비선 실세라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청와대로서는 일단 잡아떼는 게 상책일 수는 있겠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있을까? 항간엔 둘의 모습이 담긴 수십 년 전 사진이 나돈다. 박 대통령이 피습을 받아 입원 중일 때 병실을 지켰던 이가 최씨였다고 증언한 목격자도 있다. 또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주장뿐 아니라, 최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전직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도 존재한다. 이런 것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권력형 게이트를 낳은 직접적 원인이라고 몰아가긴 어렵다. 사적인 친분관계가 공적영역에 영향력으로 작용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최씨를 배제한 발언을 하고, 청와대는 최씨와의 관계를 부인한다.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저러는 걸까? 아니다. 증거는 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여럿 존재한다. 심지어는 박 대통령의 몸에서 나온 증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