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모하게 여행 온 순수청년 타메르
김종신
집을 여행객끼리 공유하는 커뮤니티인 카우치 서핑 활동을 한 지 2년째로 접어든다. 강원도 영월은 외국인에게 유명한 곳도 아니라 자주 찾지는 않지만 어찌하다 보니 꽤 많은 외국인이 우리 집에서 묵었다. 어쩌다 가끔 사이트에 들러 누가 우리나라 오나 하고 보고 있자니 한 터키인이 긴급한 듯 "South Korea"라는 그룹에 글을 남겼다.
요지는 '자기 친구가 한국에 가는데 아직 호스트를 못 구해서 힘들어하고 있다. 부디 이 친구를 초대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평소같으면 무시했을 텐데 내년에 터키에 갈 예정이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좀 외진 곳이긴 하지만 괜찮다면 와도 좋다'라는 쪽지를 보냈다.
드디어 타메르라는 25세의 터키 청년이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긴 여정을 거쳐 우리집에 당도했다. 아주 늦은 시간에. 시차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으로 대책없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이렇다.
"자신의 외모가 일반 터키인들과 달라 종종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라는 놀림을 받았고, 거리를 걷다보면 자신을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으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러다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다. 과감하게 자신의 첫 해외여행을 한국으로 정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오게 되었다. 단돈 65만원을 가지고 90일을 머물 생각으로 말이다."순간 내 머리는 도대체 하루에 얼마를 써야 이 청년이 한국에 90일을 머물 수 있나 계산을 해보니 대략 칠천원이었다. 하루에 칠천원으로 버텨야 한다! 교통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삼각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두 다리로 걸어다니며, 언감생심 입장료가 있는 곳은 다닐 엄두도 못낼 것이며, 잠은 우리나라 사람의 호의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그나마 가능한 돈인 것이다. 65만원이면 터키에선 평균 한달 월급 이상이라 큰 돈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이 한국을 사랑한다는 청년은 한국사회와 물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