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시내 지하철. 좌석이 우리처럼 7인승이 아니라 9인승으로 더 길다. 대신 전차 1량의 출입문이 한국보다 하나 적은 세 개. 구조가 조금 다를 뿐 전차 1량의 길이는 비슷하다. 광고물이 붙어있는 위치도 한국과 비슷했는데, 우리는 인물이나 이미지사진 위주인 반면 일본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글씨가 빽빽한 것이 특이했다.
임은경
어느 음식점에서 1700엔짜리 두부+사시미+오뎅+맥주 한잔 세트와 우동, 덴뿌라(튀김)를 먹었다. 듣던 대로 양은 상당히 적었지만 음식의 질은 훌륭했다. 서너 가지 종류의 생선이 각각 두 조각씩 나온 사시미는 잘 숙성되어 있었고, 소스에 찍어먹는 연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따끈한 국물에 곤약과 삶은 달걀 등이 담겨서 나온 오뎅은 적당히 익어서 아주 맛있었다.
다만 국물이 너무 달아서 한국의 오뎅 국물처럼 훌훌 마실 수가 없었다. '끔찍하게' 단 것은 우동 국물도 마찬가지. 테이블 옆에 놓인 시치미를 엄청나게 뿌려 넣고서야 국물을 조금 떠먹을 수 있었다. 튀김이 맛있어 보여서 추가 주문을 하려는데, 이런 낭패, 아까 영어를 하던 종업원 아주머니가 어디로 가고 안 보인다.
주문을 받으러 온 다른 아주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듯. 하지만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니 알아들으리란 믿음으로 한국말로 열심히 설명을 했더니 신기하게도 뜻이 통했다. 에비(새우, 다행히 종혁씨가 이 말을 알았다) 한 개, 다마네기(양파, 일제시대를 살아오셨던 우리 외할머니께 감사를) 한 개, 오사쯔(고구마, '오사쯔'라는 이름의 한국 고구마 스낵 덕분에 이해) 한 개, 그밖에 아주머니가 골라준 다른 것 두어 개 해서 튀김을 시켰다.
각각의 튀김 가격이 다르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즉석에서 튀겨준다. 깨끗한 기름에 튀긴 신선한 재료. 소바 국물에 가까운 연한 간장에 간 무를 풀어 찍어 먹는 튀김은 정말 맛이 있었다. 광어 비슷한 생선살 튀김도 있었다. 가만 보니 자그마한 규모의 가게 안에 혼자서 술을 마시는 남자 손님이 두엇 더 있다. 우리가 먹은 것은 밥이 아니라 술안주였던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참 맛있는 일본에서의 첫 식사였다.
난바역에서 전철을 타고 텐진바시스지로쿠초메역에 내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숙소를 찾아갔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는 사흘에 10만 원 남짓. 비수기라지만 일본 물가를 감안하면 정말 저렴한 것이다. 아침식사는 불포함이지만 따끈한 커피는 마실 수 있었고, 집주인이 부엌에서 마음껏 요리를 하라며 배려해주었다. 안나라는 젊은 인도네시아인 호스트가 호주 출신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