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오재철
-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오재철 : "한 곳 한 곳이 다 기억에 남지만,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니에요. 식상하다고 할지라도 '천국'이라고 밖에 표현하기 힘든 곳이죠."
-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오재철씨가 육종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그때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정민아 :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어요. 여행 중 남편의 오른쪽 허벅지에 근육이 툭 튀어나와 있어서 근육이 참 이상하게 생겼다고 놀렸었어요. 아프지 않았다기에 그게 암 덩어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2, 3개월 사이에 그 혹이 급속도로 커진 게 느껴져서 병원으로 향했죠. MRI 검사 결과, 희소암인 육종근육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어요. 발병은 약 2년 전, 종양의 크기는 약 7cm 정도였어요."
오재철 : "육종암 진단을 받았을 때, 막막함과 절망을 느꼈죠. 세상이 다 무너지는, 나 혼자만 괴로워야 하나라는 억울함…. 근데 하나 특이했던 기억이 진단을 받자마자 생겼던 감상적인 기억인데요. '아 그래도 재미나게 잘 놀아본 삶이구나. 세계여행도 다녀왔고, 재미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고 보니 암과 함께한 세계여행- 종양 크기가 7cm라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건데 여행할 때 통증은 없었나요? 오재철 : "네. 수술을 마친 의사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하시더군요. 이 정도 기간에 이 크기면 악성도가 3기 정도가 보통인데, 저는 0.5기가 될까 말까 한 정도로 악성도가 낮다고 했습니다. 물론 육종이란 게 재발과 전이의 가능성이 높아 5년 후 완치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셨지만요.
현재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다닙니다. 여전히 병원에 가는 날이면 긴장되고, 무섭고, 떨립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제가 암에 걸렸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하루하루 즐겁고 열심히 살고 있죠."
정민아 : 흔히 암은 마음의 병이라고 하더군요. 남편이 여행 초기에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아! 일상을 떠나오니 이제야 머리가 가볍고 맑아진 것 같다. 여행 떠나기 전까지 뒷골이 땡긴다는 게 느껴질 만큼 머리가 아프고 무거웠어'라고 말했거든요. 어쩌면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한국에서의 삶이 남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 스트레스 속에서 암이 발병했을 테고요. 그 생활에서 벗어난 뒤, 매일마다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자연 속을 거닐고, 평상시보다 늘어난 운동량이 암을 완화시킨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일종의 자연 치유처럼 말이죠."
- 암 판정받은 날, 딸의 임신 소식을 접했다고 했는데 기분이 어떠셨어요?정민아 : "당시 2세 계획을 세우고 있던 중이라 당분간 아이 계획은 접어야겠구나 했죠. 수술 날 아침, 배가 살살 아파 혹시나 하고 남편 몰래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태어나 처음으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임신이었어요. 하지만 미안하게도 기쁜 마음 아주 조금과 함께, 혹시나 혼자 키우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상상도 해버렸지요. 무서웠어요."
"아,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게 필요한 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