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요 평창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갈무리
그런데 이를 어쩌나. 문체부가 자랑스럽게 소개한 저 '아라리요 평창' 페이스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을 감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22만여 명의 누리꾼(네티즌) 중 '좋아요'수가 22만0907명에 달하였습니다"란 대목이 특히 그러하다.
실제, 문체부가 친절하게 링크까지 건 유튜브 'Arariyo 2018 Official Dance Video Contest Channel' 채널의 해당영상 조회수는 19일 오전 11시 현재 4만 5천 건을 기록 중이다. 반면, 1만9400여 명의 독자를 보유한 '아라리요 평창' 페이스북 페이지 중 문체부가 거론한 해당 관련 게시물만 유독 22만 명의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여타 최신 게시물의 '좋아요'가 많게는 수십 건에서 작게는 10건 안팎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을 비교하면 유난히 튀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저조한 반응 중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일 게시된 6만 달러의 상금이 걸렸다는 댄스영상 콘테스트 홍보물이었다.
사실 흥미로운 장면은 다른데서 발견된다. 문체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똑같은 '아라리요 평창' 뮤직비디오에 달린 열화와 같은 성원(?) 말이다. 같은 시각 조회수 117만7285회를 기록한 이 유튜브 게시물엔 '좋아요'는 516개가 달린 반면, '싫어요'는 무려 2만3000여 개가 달렸다. 각종 SNS 게시물은 물론 18일 하루 기사로 소개되면서 실시간으로 이른바 '악플'이 달리는 중이다.
요컨대, 문체부의 '눈 가리고 아웅'식 해명도 문제지만, 바이럴마케팅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이라면 합리적 의심을 보낼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부분. 그러니까, 문체부 혹은 페이스북 관리 업체가 논란이 되자 바이럴마케팅 업체를 동원해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를 관리했을 가능성은 온라인 마케팅 관계자라면 누구나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말이다.
달리 말해, 문체부가 적시한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이례적일 정도의 '좋아요'가 달리는 반면 이런 조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유튜브 게시물에는 실시간 '싫어요'와 대부분이 악플인 37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반응을 두고 "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찬하는 문체부는 눈 밝은 SNS 사용자들을 바보로 아는 건가.
문체부, 이럴 거면 부디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문제는 2억 7000만 원의 제작비가 아니다. 요컨대, '언제까지 '아리랑' 타령을 하고 있을 건가'와 같은 뮤직비디오 자체에 대한 비판이 첫 번째요, '문화융성' 운운하던 박근혜 정부들어 특히 더 망가지는 국책성 문화 사업들의 일면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뒤를 잇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이뤄져 있는가는 그 다음으로 따져볼 문제다.
'아리랑'에 '좀비영화'에 '강남스타일'에 '코난 브라이언'을 여기저기 이어붙인 것이 한국 최초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 홍보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란 말인가. 더욱이, SNS 사용자나 여타 매체들이 도쿄올림픽 홍보영상과 이 '아라리요' 영상을 비교하면서 '국격'은 더 추락하고 있다.
하긴, 19일 오전 다시금 '새마을운동' 덕에 한국이 이만큼 살았다고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이 나라에서, 블랙리스트가 횡행하는 이 정부가 제대로 된 국가 홍보 영상을 만들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 싶다. 더구나, 최순실이란 실세가 재벌들의 돈을 동원해 '문화'와 '체육'계를 뒤흔든 희대의 사건에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
"문체부는 앞으로 국내외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홍보 등을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온라인 댄스콘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아, 제발 이런 식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6만 달러의 상금이 아깝지도 않은가. 더군다나, 평창동계올림픽과 외국인 온라인 댄스콘테스트를 연결시키는 이 호방한 상상력의 소유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다시 한 번, 싸이와 김치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문체부에 감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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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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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요 평창' 뮤비, 박근혜 정부 '문화융성'의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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