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전경
변민우
'강원도' 하면 생각나는 메밀, 막국수와 '메밀꽃 필 무렵'
그리움의 시간이 길수록, 반가움도 커진다 하던가. 내리쬐는 무더위와 맞서며 애타게 기다린 가을이 왔다. 가을은 바야흐로 풍성한 만물로 대변되는 계절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는 뭇 사람들의 맘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가랑비 옷 젖듯 잠시 스쳐가기에 아쉬움이 큰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선선한 바람과 쾌청한 하늘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하늘과 맞닿은 산의 고장 '강원도'에도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메밀'이다. 메밀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뭘까? 매콤한 양념장에 한 그릇 말아먹는 막국수, 그리고 무엇보다 이효석 선생과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일 테다.
풋풋했던 청춘의 걸작이자, 누군가에겐 한컴타자연습의 단골손님이었던 그의 작품. 소설의 제목인 '메밀꽃 필 무렵'은 평창의 가을을 소재로 한다. 우리는 메밀의 제철을 맞아 젊은날의 향수가 담긴 그 곳, 서로가 꽃이라며 웃는 어머님들이 만개한 봉평(평창군 봉평면)으로 떠났다.
9월의 어느 주말, 강변터미널은 아침부터 저마다의 설렘을 가진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는 봉평행 첫차를 타고 영동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아침안개가 무성한 산과 슬며시 얼굴을 내보이는 태양으로부터 우리는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장평버스터미널은 메밀축제를 맞아 들뜬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옆을 바라보면 정겨운 시골버스가 있었다. 메밀축제가 열리는 봉평으로 가기 위해서는 장평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기사님께 여쭤보고 타길 권한다. 푸근한 기사님의 운행 아래 우리는 산길을 건너갔다.
Q. 막국수는 왜 막국수일까? |
- 막국수란 명칭에 대한 설은 대략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마구(공 들이지 않고 소박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 명명됐다는 견해 ② 강원도지방에서 맵쌀(메밀의 겉껍질을 벗긴 것. 메밀쌀)을 맵가루 혹은, '막가루(막가리)' 라고 부르는데 이 가루를 사용한 국수기 때문에 '막국수'가 됐다는 견해다.
쉽게 말하면 막국수 = 메밀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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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은 황해도, 경기, 강원지역 방언, 현재는 메밀이 표준어메밀은 '뫼(山)밀'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때때로 '모밀이냐 메밀이냐'하는 논쟁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사실 둘 다 맞다. 모밀은 황해도와 경기, 강원지역의 방언으로써 현재는 메밀이 표준어로 정착됐다. 짜장면 - 자장면처럼 혼용되곤 하는데, 이를 바로잡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메밀은 중국이 원산지로, 6세기 경 산동성의 태수 가사협(賈思勰)이 쓴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최초 기록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와 경로를 정확하게 담고 있는 문헌은 없으나, 고려 고종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 메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전해지는 바 약 12~13세기 이전에 유래된 걸로 추정하고 있다.
메밀은 단메밀과 쓴메밀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메밀이 재배되고 있다. 단메밀은 주로 국수와 부침, 묵, 차를 만드는데 이용되고 쓴메밀은 죽이나 빵을 만드는데 주로 이용된다.
메밀은 세계적으로 소비되나 주산지(중국/러시아)와 가까운 동양에서 더 많이 이용돼 왔는데 대표적으로 일본의 소바를 들 수 있다. 프랑스와 동유럽에서는 메밀가루를 팬케이크반죽에 활용하고, 메밀 죽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까샤'를 쑤어먹기도 한다. 또한 메밀 차와, 맥주, 메밀 꿀을 만들기도 한다.
메밀은 예로부터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체내에 쌓인 것을 제거하고 기를 보하며 타 곡물에 비해 우수한 단백질과 수용성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고 알려졌다.
메밀은 비타민을 비롯한 아미노산과 라이신, 토코페롤 함량이 높고 비타민P라 불리는 '루틴(Rutin)' 성분이 다량 함유 돼있는데, 루틴 성분은 혈관의 투과성과 신축성에 영향을 주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신장질환개선에 효과가 있다.
국내에선 단연 봉평메밀이 유명하다. 봉평은 서늘하고 비교적 습한 기후와 배수가 양호한 토양특성이 결합돼 예로부터 메밀재배의 적지로 평가돼 왔다.
봉평메밀은 메밀 고유의 빛깔과 모양을 잘 갖추고 있으며 기능성분인 루틴과 GABA 등 유리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해, 타 지역에 비해 생산량은 낮으나 효석문화제로 대변되는 문화적 인프라와 청정지역인 평창의 지리적 우수성을 강점으로 높이 인정받고 있다.